이중인격은 도스토예프스키의 초기작 가난한 사람들의 뒤를 이어 나온 작품으로
저자 자신이 가난한 사람들보다 열배는 걸작이라고 말했고 당시 러시아 문단에서도
고골리의 죽은 넋이후 문제작이라고 하지만 벨렌스키의 평은 좋지않았다.
페테르부르크 서사시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분신의 정의는 같은 시간과 공간 대에
자신과 똑같은 환영을 보는 것이라한다. 독일어로는 도플갱어라는데 이중으로
돌아다니는 사람이란 뜻으로 정신 질환의 일종을 표현하기도 한다.
주인공 골랴드낀은 9등 문관으로 가난하고 연줄이 없는 하급관리이다. 어느 날
자신이 사랑하고 있는 5등문관 베렌제예프의 외동딸 클라라 올수피예브나의 생일
만찬에 초대받지못했으나 그 무도회에 간다. 그 곳에서 모든 사람들, 하인에게조차
수모와 모욕을 당하고 내쫓김을 당한다. 처음에는 초대하지않은 불청객을 정중하게
거절 하지만 그 파티에 참석하고 싶은 열망이 꺾이자 그 거절이 참혹하게 느껴진다.
자신이 사람들에게 거절당했다는 강박관념은 이제는 다른 사람들이 다 적의 편에
서서 자신을 조소하고 몰아낸다고 생각한다. 그는 누군가로부터 쫓김을 당한다는 느낌에
추위와 어둠과 싸늘한 바람 만이 종횡무진하는 페테르부르크의 폭설 속을 도망해야
한다는 착각 속에 이리 저리 달려가다가, 그 어둡고 절망스런 거리에서 그는 자신의 분신인 새
골라드낀을 만나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가 하룻밤 우정을 나눈다. 그러나 새 골랴드낀은
자신의 관청에 취직하여 상관들의 신뢰를 받고 사사건건 옛골랴드낀을 모함하고 비웃으며
함정에 빠뜨리기를 즐겨하였다. 새골랴드낀의 모략을 파헤쳐 상관이나 동료들에게 밝히려는
고생스러우며 헛된 노력이 거듭될수록 강박은 병적으로 심해갔다. 이 과정이 그가 새골랴드낀의
자신을 향한 비열한 중상모략을 상관과 사랑하는 클라라에게 밝히기 위해서 그 축축한 습기와
안개와 바람과 진눈깨비와 폭설, 어둠에 가득 찬 페테르부르크를 종횡무진 달려나가며 자신의
모습을 감추기를 애쓸수록 새골랴드낀에 의해 그의 비참한 모습은 더욱 사람들에게 부각되는
모습으로 그려져있다. 그가 애쓰면 애쓸수록 강박의 함정은 더욱 어둡고 깊어져갔다.
그의 이중인격인 새골랴드낀의 비열함이 심해질수록 옛골랴드낀의 처지는 더욱 비참
해지며 그의 모략에 따라 절망 속에서 자신을 보호한다는 행동마다 사람들에게
모멸감을 더해가며 사정을 더욱 악화시키다가 마침내 정신착란을 일으키고 사람들에
의해 정신병원에 보내지게된다.
모든 사람들에게 이런 이중성은 강도가 심하고 약하고의 차이지 얼마씩은 다
있다고한다. 야누스의 얼굴, 지킬과 하이드박사 등등 그런 것들을 그린 작품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도스코예프스키의 이중인격에는 한 인간에 잠재해있는
이중성이 어떻게 튀어나오고 발휘되는지 강하게 그려져있다. 자신과 그 인생에
대해 사랑과 기대와 꿈이 클수록 환경이나 자신의 자질 같은 것들이 밑바침이
안될 때, 사람마다 차이가 있으나 자신에 대한 애착이 강할수록 극단적인 모습으로
표출이 된다. 설명할 수록 변명할 수록 꼬이고 얽히며 더욱 오해를 받다가
결국은 더욱 이상하고 추한 상태가 되고 그 함정에 빠져 자멸하고마는 모습이
의사에 의해 정신병원으로 인도되는 옛골랴드낀의 도달점이 되었다.
또다른 꽃다운 연예인 청년의 자살 뉴스가 있었다. 대도시의 그 번잡함과 대규묘의
바쁘고 복잡한 생활들 뒤에 말로 표현하기 힘든 고난과 절망과 어두운 심령들이
페테르부르크의 깊은 어둠을 휘몰아치는 진눈깨비보다 더욱 휘몰아치는 것이
대도시의 실상인지도 모른다. 진실하고 아름다운 삶을 향하여 자기 실현을 하고
싶었지만 대도시의 온갖 오물이 뒤섞여흐르는 하수구와 같은 현실을 거슬러
올라가기에 우리들이 가진 힘은 상대가 되지않아, 사람들의 인격은 몇 중으로
분열에 분열을 거듭하게 된다. 이런 분열증을 앓는 사람들은 그래도 자신에 대한
사랑과 자신의 생명에 대한 집착이 있어 회생의 가망이 있다. 약물 치료나 주위의
사랑과 배려나 어떤 회생의 가능이 있다. 그러나 생을 포기하는 사람들은 자신과
자신의 생명에 대한 경외감이나 사랑이 결여되어 마침내는 생을 포기하는
결정을 내리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