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생각

바람벽

another woman 2008. 5. 14. 09:36

살아가면서 가끔 이상한 일을 만날 때가 있다.

두어달 전 팀당담 목사님으로부터 핸드폰과 집전화 번호가 바뀌었다는 메일을

받았으므로 그 번호로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돌렸는데 연락이 안되어 우리끼리

기도회를 하였다. 나중에 다른 분에게 전화를 해서 알아보니 번호가 바뀐 적이

없다는 것이다. 꼭 뭔가에 홀린듯 이상한 생각이 든다.

팀원들 보기도 민망하다. 한달에 한번씩 받은 메일을 삭제하니 그 메일이 남아있지도 않다.

 

아무 내용이나 손에 잡히는대로  책을 읽던 중학교시절에 잘 기억나지않는데 외국작가의

바람벽이라는 단편이 있었다. 주인공이 길을 따라 내려가다가 어느 벽을 지나 문으로 들어가

여러가지 일들을 겪고  그리고 얼마가 지난 후 다시 그길을 따라 가면서 그 문을 찾는데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었서 그 벽을 바람벽이라고 불렀다.

대학에 진학하고  비슷한 일을 겪었을 때 그 바람벽이 생각이 났다. 그 시절 아르바이트를 하기위해

어느 출판사에 가서 인터뷰를 하였었다. 그러나 담당자의 태도가 합당치않은 것 같아

생각해보겠다고 거절했다가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러다 얼마후 그 길을 다시

지나게 되었는데 나를 면접했던 그 담당자와 말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가 말하는 내용에는 나의 깊은 곳을 건들이며 사람의 성정을 고쳐보겠다는 의도가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 기억에 남아서 였던지 그 사무실을 향해 발걸음을 돌렸다.

그러나  같은 길이었는데 어쩐 일인지 아무리 찾아도 그 건물이 나타나지 않아

그 바람벽이라는 단편이 머리 속에 떠올랐던 기억이 난다.

기억에 선명하며 사실이었지만 다시는 찾을 수도 들어가볼 수도 없는 문이 없어진 바람벽.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냥 스쳐지나온 많은 인생살이의 역활극에서

진정으로 몰입하여 연기하지않고 살아내지않고 그냥 바라보면서 지나온 어떤 장면이나

기간들이 떠오르면 가끔 아쉬움이 남는다. 그 지점에 다시 찾아간다면 그 기간을

다시 맞을수만 있다면 과연 그때와는 다른 자세를 취하였을까.

진지하게 몰입하여 상처를 주고 받으며 한이 서리더라도 행할 수 있을까. 

다시는 찾을 수도 들어가볼수도 없는

인생의 그 바람벽 속으로 들어가보고 싶은 마음이

뭉개구름처럼 피어오르는 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