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생각

지금 이 순간에

another woman 2008. 7. 27. 18:22

지금은 하루의 석양 무렵으로 비가 오시는 저 짙은 회색 구름 위로는

푸르른 하늘에 찬란한 햇빛이 마지막 빛을 거두어들이고 있을 것이다.

이 지상의 어느 구석 외진 골목에서 가족 간의 불화에 풀지못한 화를

삭이지못해 어디로 가는지 자신도 모른채 하염없이 걸어가고 있는 누군가 있을 것이다.

그가 따라가는 은행나무 가로수에는  작은 은행들이 가을에 가로수 길에 아름다운  열매를

떨구기위해 깊어가는 한 여름의 열정을 잉태하여 익어가고있을 것이다.

그 암꽃의 중심에 앉아 있는 벌레를 작은 새가 잡아먹고 있고

어느 바닷가에서는  오지않는 피서객을 기다리는 빈 파라솔이 외롭게 펼쳐져 있다.

전철 안에서 누군가는 쉰 목소리로 아무도 듣지않지만 정신이 나간듯

예수를 믿고 구원을 얻으라고 목청껏 외치고 있다. 그 등을 향해 어떤 이가

미쳐도 곱게 미치라고 후렴처럼 외친다.

아슬한 미니에 날씬한 다리를 꼬으고 앉은 젊은 여자를 흘끔흘끔 장년의 사내가

바라보고 있고 모자를 꺽어쓴 여드름장이 청년은 핸드폰으로 뮤직비디오를

보느라 정신이 없다. 동네 파크에서는 두어 중년 남자들이 서캐처럼 숲에 홀로

앉아  담배를 피우며 시름을 달래고  배가 나온 어떤 아주머니는 두 손으로

배를 두둘기다 등짝으로 나무를 퉁퉁 치면서 그 애를 낳았을 때의 기쁨을 낯설게

떠올리며 아이가 젖을 물고 반짝이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볼때 그아이가

천사인줄 알았는데 지금 삼수 사수를 하는데도 공부를 안하고

속을 썩이는 그 애가 정말 내가 그렇게 기뻐하였던 아이와 동일인인가 잠시 생각한다.

그 옆 정자에서는 아줌마 너덧명이 끊임없이 떠들어대고 있다.

강가 물가에서는 한 청년 신용불량자가 신발을 벗고 들어갈까 신발을 신고

들어갈까 망설이며 강가를 헤매이다 오늘 밤 다시 생각하자며 돌아선다. 

모처럼 바깥 출입을 한 강아지는 여기저기 냄새를 맡으며 어느 지점에 다리를

올려 자기의 영역이라고 표시를 한다. 어느 병원 입원실에는 방금 교통사고로

입원을 한 소녀가 왜 하필이면 그 시간에 그곳을 지나갔을까, 일초만 늦게

걸음을 떼었더라면 하고 애달픈 후회에 잠겨 보충수업과 시험준비에

정신이 없는 친구들의 얼굴을 떠올리고 있다. 그 소녀의 옆 베드에는 당뇨 합병증으로

한 쪽 다리른 잘를 수 밖에 없었던 노권사님이 마음 속으로 아버지의 뜻이 무엇입니까

애타게 물으며 방문객들을 외면한다. 녹음이 우거진 시외의 어느 모텔 마당 주차장에서

불륜인데 한사코 이 아름다운 연애라고 주장하는 남녀가 차에서 내린다.

시장에선 야채가 시들을 것을 겁내 약을 타서  분무기로 야채에다 뿌려대며 수시로

파나 상추, �갓들을 파는 아주머니들이 피곤을 느끼기 시작한다.

요새 누가 오백원어치를 달라고 하나. 잔돈이 이것 밖에

안남았고 식구가 없어서요. 한줌만 주세요. 잘채려 입은 여인이 끈질기게

버티고있자 말태꾸도 귀찮아 상추 한줌을 기운없이 건네준다.

바퀴벌레들은 부지런히 사람들 눈에 뜨이지않게 땅을 스쳐지나가고

핸드폰 몇개를 늘어놓고 공짜라로 한 소년이 소리친다.

설교를 듣고 교회문을 나서자 이것저것 꼬투리를 잡고 비판하는 남편을

향하여 그러기 전에 주님이나 만나시지요. 아내는 이 순간의 남편이 밉다.

시를 읽지않는 시대. 심혈을 기울여 써내려간 시지만 한편 당 몇천원도

하지않는 원고료로 천막 안 술집에서 대낮 술을 한잔 걸치고 시와의 이별을

결심한 청년이  마지막 잔을 입안에 털어넣고  매끼니의 빵을 얻기위한 취직을

위하여 마음으로 파이팅을 외치며 천막을 나선다. 그 옆 빵집에선

전날 팔다남은 빵들을 매장 밖에 내다놓고 세일을 외쳐댄다.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그러나 사람들은 머뭇대다가, 몰라서, 더 좋은 것이 올 것만 같아서, 그냥 구태의연히

기회를 놓치고 만다..이 지상에서의  인생은 연습이 없어요. 예습도 없어요.

후회도 소용이 없지요. 업드러진 물이랍니다. 어디 한번 다시 담아보시지요.

 

절대의 선이신 창조주께서 아름다운 꿈과 기대를 가지고

만물을 찬란하게 아름답게 창조하셨지만 어쩐 일인지 그 분의 피조물들은

당신의 의지와는 전연 다르게 상하고 좌절하고 흐리고 어둡게  살아가고 있고,

이 어쩌지못하는 피조물들을 지금 이 순간도 사랑으로 품어 주시고

구원을 위하여 그리스도를 보내주신 그  은혜가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