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의 집게다리
혼자 지내다가 식구들과 함께 있으니 자연히 식사 메뉴에 신경이 쓰인다.
이 날도 한번도 밥을 해본적이 없는 사람처럼 이궁리 저궁리 하다가
일단 시장에 가서 물건들을 보며 반찬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시장에 나갔다.
산게를 보니 게장을 담아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네 마리와 굴, 홍합 등을 샀다.
게가 숨진 후 담으려고 냉장고에 넣은지 몇 시간 지난 후에 꺼내 뚜껑을 열려는데
도무지 열리지않아 살펴보니 아직도 살아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담으려고 재료들을 꺼내 준비를 마친 상태라 머리 속에 맛집 기행에서
꿈틀거리는 산낙지를 입안으로 밀어넣고 의기양양하게 씹어대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떠올라 과감하게 칼로 집게 다리를 몇번 쳐서 끊어내었다.
그리고 그 다리를 다시 반으로 자르려고 끊긴 다리 쪽을 손가락으로 누르는데
순식 간에 집게가 솟아오르더니 누르고있는 가운데 손가락을 꽉 무는 것이었다.
아픔에 소스라쳐 흐르는 물에 손을 담그었다가 보니 엷게 피가 배어서 흘렀다.
그는 살아있는 자기를 잔인하게 칼로 토막을 내는 나에게
몸체에서 잘라져나간 집게 다리라고는 생각이 안들게 힘차게 손가락을
물어서 확실한 복수를 하고 숨졌다. 몇 년 전 낙지전골을 하다 끓는 냄비에서 탈출하여
도마 위로 구불구불 도망가던 산낙지도 생각이 나서 그 생명들의 집요함에 아연하다.
한동안 식탁의자에 앉아있었는데 한번에 이십여명의 사람을 살해하여
기네스 북에 올랐다는 살인마로 알려진 유영식의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어느 사람의 목을 쳤더니 목이 떨어진 그 사람의 몸이 유영식에게로
덤벼들었다는 무시무시한 모습이 떠올랐다.
지상의 온갖 만물들의 살아가고자하는 본능은 창조주가 이세상의
만물을 창조하실때 함께 부여하신 축복이다. 그러나 인간의 죄로 인하여
부패한 이 지상에서 살아남기위해 다른 생명을 살해해야하는 약육강식의
굴레 안에서 헤어날 피조물이 없다.
숲 속에서 살아남기위해 다른 나무의 뿌리들을 휘감고
양분을 빼앗아 살아나는 다른 나무들이나 덩굴식물 등이나 그 보기좋은
식물세계에서도 밤마다 낮마다 벌어지는 치열한 생존경쟁은 상상하기도
힘이 든다. 벌레와 짐승들의 먹이사슬과 유사한 인간 사회에서 벌어지는
온갖 추악하고 상상하기힘든 불법과 불의. 그래서 이세상에 살아가는 모든
피조물들의 인생의 고단함을 창조주는 긍휼히 여기셔서 모든 피조물과
인간들을 위해 구속의 길을 마련하여
그 자녀들에게 애타는 사랑을 고백하고 증거하시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