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실의 죽음을 애도하며
참 아름다운 가을이다. 하늘이 맑고 흰구름이 때로는 하얀 천조각들
얇게 살짝 펴서 파란 하늘에 걸쳐놓은듯 하고 때론 크고 작은 뭉게구름이
여기저기 뭉글물글 번져간다. 벼들은 진하고 흐린 노랑이나 겨자색으로 익어가고
밤나무에서는 성게같은 밤들이 떨여져 벌어진 그 속에 밤톨들이 아기자기
들어앉아있다. 국도로 나가면 한들한들 흔들리는 코스모스 꽃들
이 만발하고 나무들로 그득찬 산들마다 해마다 떨어져 쌓여 썩어서
양분 많은 비료가 되어 나무들을 기르며 버섯이나 산머루나 칡등의
각종 산식물에게 생명을 더하며 마지막 결실을 위하여 타고난
본능의 자기 일들을 하고있다.
안재환의 자살에 이어 최진실의 자살이 발표되었다. 얼마전 뉴스에는
자막에 하루 설흔 여섯명 정도의 자살자들이 있고 어느 남녀는 자살
사이트에서 만나 대관령에서 자살하였다고한다. 그날 대관령 옛길을
걸으면서 그 길을 신라시대의 김시습이 걸었고 신사임당이 걸었던 길이라고
하여 유심히 주위를 보게 되었다. 산자락과 계곡마다 무성한 생명의 모습과
생명의 소리와 햇살이 빗기는 산속의 밝은 초록이 눈이 부셨다.
이렇게 생명이 가득한 산속에서 자기의 육체를 살해하는 두 젊은 남녀를
상상하니 마음이 썰렁하여진다. 많은 사람들이 주어진 한 인생을 살아가면서
어느 경우에 어느 순간에 자살을 떠올려보거나 꿈꾸어보았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순간 스쳐가며 죄의식을 가지며 상상해보던
죽음의 길을 과감히 걸어간 사람들을 보면 우선 그들의 저돌성과 그길을 달려가게
원동력이 된 삶의 고뇌와 어려움에 동정이 되고 엄숙하고도 처절한 인생에
숙연한 마음이 생긴다. 모든 만물의 타고난 본성과 의지가 생존과 번성이라면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그 생존을 자기 스스로 꺽어버리기까지 겪어야했던
그 많은 이야기들을 타인이 이해하고 공감한다고해도 과연 당자의
마음을 얼마나 헤아릴수가 있을까. 인간은 감성과 의지와 양심이 든
마음과 그 마음을 포용하고 있는 영혼을 지닌 존재라그런지
우리가 산 하루를 생각해도 그 하루에는 헤아릴수없는 감정의 기복과
타인과의 갈등이 있고 그 폭우는 우리들이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인간의 육체에 스트레스로 영혼에
좌절이나 열등감 등으로 자취를 남기고 지나간다.
인간이란 욕망이나 욕심에 시달리며 배가 불러도 음식을 탐하고
재산을 아무리 쌓아놓아도 만족함이 오래가지못하고 또 다른 욕망에
시달린다. 동물들은 배고픔이 충족되면 먹이 곁을 떠나고 짝짓기도
단순한 경로를 거치지만 인간들은 서로 탐색 기간이나 사귀며 서로
정이 들어야하고 약혼을 하고 백년해로 맹세하면서 복잡하고 긴 기간을
보낸후 맺어진다. 그리고도 사네 못사네 하다가 요즈음은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신고도 어느 기간동안 하지않고 살아본다고한다. 아이들이 있어도
이혼과 재혼을 반복하고 황혼이혼도 제법 많다. 이렇게 복잡한 인간관계에서
자신의 마음을 상처받지않고 바로 지켜내기가 쉽지않다.
그러나 계절이 때가 되면 바뀌듯이 마음도 열정이나 슬픔이나 절망조차도
혼자서 타오르다 때가 되면 잦아들며 바뀔 것인데 그 기간을 지켜줄,
아름답게 정이 가득한 시선이나 가슴 흔드는 따뜻한 한마디를 들을 수도 없었던가.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출간 후 주인공을 본딴 권총 자살이 유행했었다고한다.
세계적인 경제적 어려움이나 젊은이들의 심한 구직난과 깨어진 가정등
주위에 자살의 동기유발은 항상 잠재하고있는 시대 그들의 죽음이
갈길을 몰라 헤매이는 어느 영혼들의 안내자의 역활을 할까봐 두려워진다.
버지니아 울프는 늘 신경쇠약을 앓았다. 아름다운 작품을 남기면서도 우울증을
극복하지못한 그녀는 오십여덟에 절벽에서 꽃잎처럼 몸을 날렸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않았다의 저자 전혜린도 우울증을 앓았던 것 같다.
한국에 와서도 늘 독일의 잿빛 하늘과 여리게 퍼져나가는 가스등을 그리워하던
그녀는 이쁜 딸을 두고 잘나가는 장래를 포기하고 자살을 하여
많은 소녀들의 가슴을 설레이며 아프게하였었다.
우울증은 도박처럼 인간의 영혼을 좀 먹어가며 조금씩 죽어가는 길을 걷게한다.
안재환의 죽음도 그랬지만 최진실의 죽음은 더욱 애처롭다.
루머에 있듯이 그녀가 안재환의 자살과 관계가 있던 없던
본인이 감당하지못한 죽을수밖에 없었던 많은 이유들을 다 알지못하지만
그녀가 마음이 여리고 정에 약하고 삶이 그녀가 천역덕스럽게 살아가기에
너무 무거웠다는 것은 알겠다. 그녀의 죽음에서 그녀가 누구보다도
사랑스런 여자라는 것을 알겠다. 조성민과 소박하게 행복하게 살았다면
결코 두아들을 두고 죽음의 길로 가지 않았을 것이다. 뱀의 꼬임에
먼저 넘어가 아담에게 죄의 사과를 먹게한 벌로 남편을 사모하고
아이를 잉태하여 고통 중에 해산하는 벌을 받은 여성의 길이 생각난다.
그러나 남들이 부러워하는 인기정상의 톱 탈렌트로서 두 아들의 엄마로서
자신의 친한 친구들과 팬들과 무엇보다도 늘 행복하게 살며 번성하기를 바라는
창조주의 가슴을 생각해보는 여유가 있었더라면 아쉽다.
이 파아란 아름다운 하늘을 눈여겨보며 자신을 다시 한번 추스리고
마음을 바꾸어, 마음은 자신이 바꿔먹으면 얼마든지 길은,
가슴 벅차게 살아볼 길은 있을터인데 수없이 많이 져버리는 가을낙엽의
한 잎이 되어 이 가을의 입구에서 그녀는 가고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