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비유
남편 친구분의 초대로 수채화 같은 산들을 배경으로 두고 그림처럼 아름답게
펼쳐져있는 골프장이 내려다보이는 콘도에 하루 머물게 되었다. 그 저녁
난생 처음 가을 동화를 촬영했다던 곳에서 갯배라는 것을 타보고 순대집이
즐비한 골목으로 들어섰다. 불경기 탓인지 손님들이 없고 주인들만 흐릿한
불빛 아래서 말없이 테레비들을 보고있는 가게들을 지나 끝집이 끝내주는 맛집이란다.
그래서 그런지 그 집 만이 손님들이 있다. 그곳에는 시어머님이 잘 담으시던
가자미 식혜가 있어 반가웠다. 가자미 식혜를 몇번 시도했었지만 한번도
성공한적이 없어 근 이십여년 만에 어머니가 담근 것과 같은 맛을 보았다.
그리고 명물이라는 순대를 몇개 먹었는데 바로 체해가지고
밤늦게 꽃을 피우는 대화에도 참석 못하고 빛나게 퍼지기 시작하는 가을을
즐기기보다 아쉽게도 남은 여정을 간신히 감당하면서 돌아와야하였다.
한국의 골프장은 처음 보았는데 대단히 크지는 않지만 참으로
아기자기 아름다운 골프장이다. 골프를 인생에 비유하여 이야기한다고 한다.
티샷을 하는 드라이버를 순 우리 말로 하면 이게 웬 일인가. 직선으로 장타를 쳐서
원하는 곳으로 공을 날리고 싶었지만 최선을 다하여 휘두른 드라이버는
엉뚱한 곳으로 가서 공을 떨구고 그것을 바라보는 자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리라.
퍼팅을 순 우리말로는 이게 아닌데라고 한단다. 살짝 밀거나 쳐서 한번에
구멍에 공을 넣고 싶었지만 공은 이리저리 마음대로 굴러가서 엉뚱한
곳에서 멎어버리는 것이 원망스러워서 치고나면 이게 아닌데 싶은 경우가 많단다.
그래. 그린을 향하여 드라이버를 휘둘러도 공이 모래밭에 빠지면
모래밭에 발이쑥쑥 빠지며 들어가 모래를 휘날리며 공을 쳐내야하는 것이
인생살이의 모습과도 비교할 수가 있겠다.
골프는 물론 경기는 다르겠지만 연습을 할수도 있고 다시 쳐볼수도 있지만
인생은 연습이 없고 두번 다시 그 시간과 그곳으로 돌아가 시작할수없다.
때때로 그런 사실이 각인되어 전쟁에 나가는 전사처럼 마음과 자세를
가다듬어 삶을 직시하며 새 한 마리라도 확실하게 날려야지 결심하는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곧 잊어버리고 다시 일상의 흐름에 침몰하여 테레비 앞에서
마음에 맞는 영화 한편 보지않을까 기대하며 체널을 하염없이 돌리거나,
전화를 붙들고, 어느 한곳을 바라보는 것도 아니면서 멍청하게 읽은 구절을,
계속 되풀이 하며 두번다시 맞아볼 수없는 그 시간을 두 손가락으로 흐르는 물처럼
마냥 낭비하고 나서는 돌아오지않는 강을 바라보듯이 원망하는 마음을 품고
아깝게 뜻없이 흘려보낸 시간들을 회상하는 우를 되풀이 되풀이 또 되풀이 하는 것이다.
어제 저녁 닦는 냄비와 밥공기들을 오늘 또 닦아대듯이.
그런면에서 인생과 골프경기는 정말 닮은 점이 많다.
왜 이럴까. 이게 아닌데를 끊임 없이 휘둘러가면서
이게 왜 이럴까 이게 정말 아닌데 하고 중얼거려가면서.
얼마큼의 세월이 흘러 왜 이럴까와 이게 아닌데가 이제 좀 익숙해져
내공도 생기고 폼도 잡히고 마음 시원하게 살아볼만할 때가 되면
아주 늙어져 골프장은 켜녕 연습장 출입도 싫어질만큼 기운이 빠져
지나가버리고만 어느 시점부터 다시 한번 살아본다면하고 바래보는 아쉬움도 접고
창조주의 품으로 돌아갈 어스름 녘이 되어 그 골목의 끝을
천천히 걸어가는 먼저 발걸음을 뗀 앞서 가는 자들의 쓸쓸한 등을 바라보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