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지에 관한 추억
아이들이 어릴 때 강아지를 참 좋아하여 강아지에 대한 추억들이 있다.
그곳에는 카운슬에서 경영하는 독 파운드라는 곳이 있어 개를 기르다가 싫다거나
먼 곳으로 여행을 가는등 형편이 허락치않으면 10불을 내고 갖다줄 수 있다.
어느 일정 기간 동안 돌보아주며 입양을 기다리다가 그 기간이 넘으면
안락사시킨다고 들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 그 곳에 가 데려온 개가
이미 임신을 하고있어, 데리고 올 때에는 몰랐었는데 와서 몇달있다가
새끼를 다섯 마리 낳았다. 새끼를 낳을 때 지하실 으슥하고 아늑한
곳에 낳아 아이들은 들락거리면서 돌보아주며 흥분하고 즐거워했다.
그 강아지들은 큰 애 친구들 집으로 입양되기도 하고 집에 남은 것들은
울타리가 아주 얕은 집이라 불의의 교통사고로 저세상으로 가곤했다.
그다음 온 것이 마그지였다. 이 마그지는 세상에 태어난지 한달만에
손바닥 크기만할 때 우리집에 왔다. 전에 강아지들에 대한 기억 때문에
처음부터 집안에서 기르고 큰애 침대 발끝에서 잠을 잤다.
그애는 자기가 사람인 줄 알았고 기쁨이나 슬픔의 표시를 나름대로
하면서 개도 지능과 감정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우리들이 대화하다가
어쩌다 언성이 높아지면 먼저 옥타브가 올라간 사람을 향해
막 짖어대는데 늘 내가 대상이 되어 상대방은 그것봐 마그지가 판단도
잘해 흐믓해하곤 했었다. 가게를 할 때 자주 걸어서 가게에 데려가다가
좀 멀리 이사를 한 후 늘 하루종일 집안에 갇혀 지내기를 이년 몇 달하더니
어느 날 문이 열린 순간 튀어나가서 돌아오지 않았다.
아이들이 이곳저곳 컴퓨터로 뽑은 사진을 부치고 광고를 냈는데
일주일 만에 퍼시픽 하이웨이 상에 있는 약국에서 전화가 왔다.
자기네 가게 앞에서 일주일 전 차에 치였다고 한다. 육차선 길이었는데
사차선에서 올라오는 차에 치여 카운슬에 신고하여 시체를 수거해갔다고한다.
마그지는 십여년을 우리와 함께 살다가 흔적도 없이 그렇게 사라졌다.
그 개에 관해서는 우리가 서로 나눌 에피소드가 너무 많아
칠년이 지난 지금도 가족 간에 얘기가 나올 때가 있고 공통된
그리움이 있다. 한 달 전 대관령 옛길 걷기에 갔다가 내려와서
시간이 있어 다리도 쉴겸 작은 가게에 들렸다.
그 곳에서 마그지와 거진 비슷하게 생긴 강아지를 발견하여 놀랐다.
귀가 조금 더 클뿐 특별히 눈과 몸매와 털색갈이 똑같고,
바깥에서 살아 털이 성기고 좀 지저분해보이는 것 외에 너무
닮았다. 가서 이야기하고 쓰다듬고 하는 동안 보여주는 반응조차
너무 마그지와 같아서 나도 모르게 이 개 살수 있어요하고
간절하게 물었지만 연변 출신으로 보이는 여인은 좀 미안해하면서
자신은 일하는 사람이고 주인이 집을 며칠 비워서 그럴 수 없다고 한다.
나도 가끔 먼곳으로 가야해서 그럴 처지가 안되어 우기지않고
돌아왔지만 이 곳에서 마그지의 분신 같은 강아지를 발견한 것이
너무 신기하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어느 유전자의 총합이 같은
그 분신들이 세계 여기저기 흩어뿌려져있는 것 같다.
아주 오래전 그 곳에서 뉴스를 보다가 캔바라의 국회에서 인터뷰하던
여자 상원의원의 얼굴이 꼭 탈렌트 정혜선씨와 똑 같아 놀랐던
기억이 떠오른다. 눈 표정이나 입가의 모습이나 미소까지 똑 같아
그녀가 머리만 금빛이 도는 갈색으로 염색하여 그 곳에 나타난 것 같았다.
인종은 다르지만 그 속의 든 유전자의 동일함이 드문 비율이지만
나타나는 일이 있는 것 같다. 누군가와 닮은 어떤 인물이 유럽이나 아프리카나
몽고나 어디선가 하염없이 살아가고 있다고 상상하면 기분이 묘할 것같다.
일본에서는 쥐를 한동안 냉동시켰다가 그대로 복제에 성공했다는
어제 저녁 뉴스가 있었다. 창조주의 왕좌를 넘보면서 거침없이 도전하는,
복제 인간의 문제가 거론될 시기가 멀지않는 시대에 살고있는
지금 세대가 아슬아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