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오후의 공연
며칠 전 일보러 외출하였다가 신세계 백화점 앞 광장에서 유럽에서 온 공연단이
하는 오후의 공연을 보게되었다. 밑에서 검은 옷을 입은 두 남자가 줄을 끌어당기거나
풀어줄 때마다 공 밑에 몸을 묶은 노란 머리의 소녀가 공중에서 춤을 추는 공연이었는데
동유럽권으로 여겨지는 음악과 공중부양을 한듯한 자세에서 추는 발레와 같은 춤이 신기하였다.
땡볕의 열기로 가득 찬 거리의 하늘에서 벌어진 15분 간의 춤사위를 보려고 지나가던
행인들이 발길을 멈추고 서서 다 고개를 들고 시선을 위로 하고 있었다.
공중도 무대가 되는구나, 동작을 따라 바라보고 있노라니 불현듯 우리들이 한 세상
살아가는 것도 저런 동작들로 이루어진 것이 아닐까하는 막연한 생각이 든다.
때론 아름답고 때론 위태하고 때론 심금을 울리는 이 음악처럼 슬프기도하고
각자가 자기 앞에 펼쳐진 공간에서 자기 아니면 출 수 없는, 그런 춤을 추는 것으로 한
세상을 살아내는 것이 아닐까.
이 세상이 무대이고 한 마리의 새나 벌레들도 각자 자기들이 모양지어낼 수 있는
동작을 힘껏 하면서 목숨이 다할 때까지 춤사위를 이루어내는 것이 아닐까.
아슬아슬해보였지만 밑에서 두 남자가 붙들고있는 동아줄과 위의 벌룬의 힘에 의해
소녀는 안심하고 원하는 자세의 춤을 아름답게 추고있었다. 저처럼 이 세상의 공연장에서
한 세상 살아가면서 창조주에 대한 믿음의 끈에 붙들려있으면 세상사에 비참한 추락을 하여도
뜻하지않았던 비상을 하여도, 추락과 비상 사이에서 어떤 동작이라도 안심하고 맡기면
이 한 세상을 때때로 마음의 평강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지않을까 잠시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