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생각

제목 없음

another woman 2010. 3. 10. 20:24

 

인사동의 한 화랑의 전시회에서 본 그림인데 작가의 이름이 기억나지않아 그냥 올린다.

 

고교 시절 한 친구는 밤에 쓴 편지는 부치지않는다고 했다. 아마 밤에는

더욱 자신의 감정과 사고에 충실해져 벗은 몸처럼 선명하게 편지지 위에

자기를 나타내기 때문인 것 같다.  제목 없음으로 올린 짧은 글을 다시

보니 이 나이에도 어떤 파도가 느껴져, 역시 깊은 밤에는 자신도 깨닫지

못하는 혼돈의 상태가 찾아오는지  겸연적지만 지우기도 그렇고,

변명 삼아   그 다음에 찾아온 생각을 적어본다.

 

태어날 때부터 두 팔이 없고 한 쪽 다리가 아주 짧은 장애아로 태어난

여인이 아름다운 목소리의 주인공으로 소프라노 가수가 되어 노래하는

것을 보았다. 수영도 두 다리 만을 사용하여 수준 급으로 한다.

엷은 갈색 머리의  그녀는 얼굴도 외형적으로 이쁘지는 않았지만  노래에

열중하는 모습과 음성이 너무 아름다웠다.  전시회에서 본 그림 속의 여인처럼

마음의 머리에 어여쁜 꽃을 꼽고 가슴에는 짙은 초록의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서 그 가지들에 작은 새 서너 마리쯤 기르고 있는 것 같았다.

 

놀라운 세상이란 프로에서는 한국 남성이 직장에서 기계의 사고로

두 팔을 잘리고 두 발로 컴퓨터의 각종 고장난 부분을 수리하고,

이웃에게는 무상으로  수리해주고 부품은 중고 가게가서 사다가 해준다.

물론 머리를 감고 밥을 해먹고  옷도 혼자서 잘 갈아 입는다. 무엇보다

늘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과 희망과 꿈을 잃지않는 것에  감탄이 되었다.

 

그들의 몸동작의 기술에 감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명에 대한

애착과  그 자신에 대한 돌봄과 정성과 노력이 자기를 창조하신

창조주에 대한 사랑과 헌신과 영광 돌리는 노력인 까닭이다.

육신이 지닌 온갖 오욕을 뛰어넘어 인간 승리를 이루는 그들의 모습은

새삼 보통 사람들의 깨닫지 못하는, 성한 몸을 가진 자들의 행복과 감사와

때론 스스로의 육신을 욕되게 하는 오욕와 나약을 함께 지적하고 있었다.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자신과 신에 대한 사랑으로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생을 이어가는 이들을 우리는 장애를 가진 사람이라

부르지만  우리들이 조금씩 가지고 있는 정신적, 정서적인 장애는

단지 외형적으로 눈에 보이지않을 뿐이지 그들보다도 한 단계 더

심한 장애일지도 모른다.

 

건강한 신체를 가지고 남의 생명을 앗아가는 살인자들이나 자기의

목숨을 앗아가는 자살자들이 많다.  최근의 김길태를 비롯한 범죄자들은

심각한 정신장애를 가지고 있다.  또 요즈음의 많은 자살은 보통 세간에서

말하는 기준으로 보면 어느 한 곳 부족함이 없어보이는 층에서도 많이 일어나는

것을 본다. 그러고 보면  육신의 장애는 자신의 영혼을 더욱 강건히

만들어 생에 대한 불같은 희망을 일으키는 고비가 되고,   정신의 장애는

마음이 괴로운 어떤 이유가 생기면 참지못하고 자신의 생명을 스스로

해하는 파멸로 이끌어가는지도 모르겠다.

 

육신의 장애를 뛰어넘고 정신적으로 더욱 강건한 영혼이 되어

자신의 인생을 꾸려나가며  자기에게 신에게 사랑스럽고 자랑스럽게

살아가는 그들에게  많은 사람들이 진심으로 경의와 찬사와 사랑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