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사월은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우며
추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망각의 눈으로 대지를 덮어 마른
뿌리들은 조금의 생명들을 길러주었다. -엘리어트의 황무지 중에서
올 사월은 엘리어트의 황무지 중에서 가장 잔인한 달이라는 단어가
실감나게 떠오릅니다. 사월답지않게 자주 춥고 흐리면서 각종 사건사고들이
그치지않고 일어났습니다. 특별히 천안함 사건으로 충격과 비탄, 분노에 갈등하는
유가족들, 천안함 인양을 어렵게하며 전연 도와주지않는 강한 파도와 바람.
아이슬란드 화산 폭팔의 휴유증으로 유럽행 항공 운항, 특유의 냉해로 식물들도
탄식하며 자라지 못하고 시들어 갑니다. 봄야채나 과일들의 손실로 어려움을 겪는
농가들과 구제역으로 괴로움을 당하는 농가들과 가축들 등. 하루35명 꼴의
자살로 OECD국가 중 자살국 1위를 차지하고. 만물이 소생한다는 아름다운
사월에 일어나는 사건들은 그 고통의 깊이를 헤아리가 쉽지않습니다.
지구는 이제 자신이 깊이 병이 들었다고 경고합니다. 왠일인지 한 세상 조용히 사는
것도 쉽지않은 요즘입니다. 생을 이어가는 목숨을 가진 많은 존재들은 알게 모르게
자기들의 생존의 고통과 죄의 결과로 땅과 바다와 하늘을 오염시켜왔습니다.
묵묵히 견디던 지구의 산야는 이제 더이상 버틸 수가 없다고 몸으로 표현합니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냉기류가 내려와 이 봄이 지난해처럼
눈부시지못하고 냉하고 흐려서 충분한 햇살을 받지못한 봄식물들이나 과일들을
괴롭게하고 사람들은 어두운 소식들에 어두운 날씨에 휩쓸려 들어 또 오늘은
하고 겁이 나면서 뉴스를 대합니다.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우며 추억과 욕망을 뒤섞으며 봄비가 잠든 뿌리를
깨운다지만 그는 오히려 겨울이 따뜻했다고 회상합니다. 얼음이 어는 칼바람이
매서운 추운 겨울이 차라리 따뜻했다고 느껴질만큼 그의 봄은 싸늘합니다.
그 싸늘함은 마음을 얼리고 언 마음으로 바라다보는 주위는 봄의 부활이
보이지않습니다. 그는 잔인하기만한 사월이 지나기만을 기다리며 지난 봄의
기억을 되살리려고 애쓰는데, 한 겨울 내내 눈에 덮였던 마른 뿌리들이 조금씩
소생하지만 그 소생은 더디고 절망은 깊습니다. 인간들의 죄와 탄식과 욕망과
투쟁의 몸부림은 땅을 함께 오염시키고, 땅과 인간은 한 운명을 가지고
한 배를 타고 어딘지 모를 그 곳을 항해 가는 중입니다.
그러나 이 어두운 기운이 가득찬 사월이지만 꽃들이 현란히 피어나고 있습니다.
땅은 대지의 순환에 순응하여 제 때가 되자 각가지 꽃들을 땅으로부터 어여쁜
망울 망울의 꽃봉오리를 토해내고 그 봉오리들은 시간이 되자 아름다운 자태들로
피어납니다. 아침 흐린 하늘을 배경으로 붉은 벽돌담에 기대어 피어난 백목련,
자목련들을 처음 발견했을 때 숨이 멎을듯 그들은 아름다웠습니다. 국도를
따라가며 과수원에 흐드러지게 무리지어 피어있어 하얀 호수처럼 보이는 그 꽃들.
이 지상에서 허락 받은 며칠의 현란한 춤사위 뒤에 벗꽃들은 하늘에서 흰눈이 날리듯
부드러이 낙하하고 목련들은 꽃잎이 무거운듯, 이제 그만 땅으로 돌아가고 싶다는듯,
땅에 잠시 희고 단아하게 누워있다가 갈색으로 시들며 존재를 다하고맙니다.
그러나 그들의 소생은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소생시킵니다.
계절마다 이런 종류의 축복과 은혜가 있음이 감사하지만 올 사월은 시인의 말처럼
잔인하게 느껴집니다. 이 사월도 이제 한 주가 남았습니다. 아이스란드의 화산도 이제는
분노를 다 터트린듯 잠잠해졌고 천안함도 인양되어 해변으로 왔습니다.
젊은 수병들은 바다에서 살아돌아오지 못하고 영정 사진으로 육지에 상륙했고
유족들의 피맺힌 절규와 그 장면들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가슴아픔이 계속됩니다.
구제역은 이번 주가 고비라고하고. 내리막 뒤에는 오르막이 있는 것이 길의 속성
이라고 말들 하지요. 다시 봄꽃들로 시선을 돌리는 사월 마지막 주,
이 단아하고 아름다운 목련 한 그루가 마음 가운데 자라고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