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
i30 현대 차이다. 온지 한달 반이 되어가는데 도무지 운전대를 잡고싶은
마음이 없다. 면허증은 골드지만 서울 가서 생활한 6년 동안 핸들을
잡아본 적이 없어 운전하는 감을 잊어버렸다. 처음 서울에서 버스를 타면
차 사이의 한뼘도 안되 보이는 간격에 마음이 조마조마 하여 힘이 들었었다.
또 이 곳의 차들은 핸들이 반대 쪽이고 핸들이나 길이 서울의 방법에 길이 들어
혼돈이 된다고 변명아닌 변명을 하면 그는 놀릴 것이 생겨서인지 좋아라 대꾸한다.
서울에서 대중교통만 이용하고 다녔고 운전이라곤 해본 적이 없으면서
웃기는 핑게라지만 왠지 아직도 적응이 안된다. 무엇이던지 적응이 늦고
정 떼는데도 오래 걸리는 둔한 면이 있어 그런지 또 다른 변명을 멋적게 해본다.
비가 내리는 어제 할 일도 딱히 없고 하여 아들과 함께 나갔다.
꼼꼼하고 찬찬한 성격의 그 애는 엄하게 이것 저것 주의를 준다.
그 애의 잔소리를 듣고 있는데 왠지 양가 부모들이 생각이 난다.
홀로 계신 시아버님은 원래 말씀이 없으시기도 하지만 주로 그가 약은
잘 챙겨드세요, 산책도 하시고요, 옷은 좀 자주 갈아입으셔야 합니다라면서
이것 저것 주의를 드린다. 나는 홀로 계신 친정 어머니께 가면 엄마 이것 좀
버리세요. 이 옷도 좀 그만 입으시고요. 필요 없는 것은 좀 버리시면서
사시고 제발 이제 텃밭은 그만 좀 하세요. 혼자 뭐 얼마나 드신다고.
왜 너들도 오면 뜯어가고 좋지않니. 그래도 물 주고 잡초 뽑고 또 허리
아프시다면 듣기도 싫고 알아줄 사람도 없는데 이제, 그래 알았다. 내 그만
하마. 그래도 다음에 가면 텃밭에는 무언가가 자라고 있다. 엄마.
아니다. 내가 뿌린 씨가 아니라 절로 난 것들을 목 마르게 그냥 둘 수 없어서
아침 저녁 물이나 좀 주었다. 작년에 씨가 많이 떨어졌는지 아침에 나가보니
쏘무락하게 싹이 올라오는데 난들 어쩌니. 우리들이 양쪽에 홀로 되신 아버님,
어머니에게 다녀올 때마다 되풀이 되는 대화 내용이다.
이제 한번이지만 이 애 한테서 이렇게 저렇게 운전해야된다 소리를 듣는다.
그러나 얼마가 지난 후는 내가 어머니께 한 소리를 그가 시아버님께 하는 소리들을
우리가 들을 때가 오지않을까. 섬진강 하류의 물길처럼 하늘하늘 흘러가는 흰
구름처럼, 살짝 땀을 식히며 불며 지나간 바람처럼 세월은 그렇게 우리들의 곁을
스쳐서 지나는데 이처럼 세월이 지나가는지 아는지 모르는지 마음은 저혼자 팔랑팔랑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