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의자를 고치는 여인

another woman 2010. 10. 24. 19:34

 

모파상의 단편 소설 중의 하나이다.

 

프랑스 어느 시골 마을 여러 귀족들이 베르트랑 후작 집의 만찬회에서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남자들은 사랑이란

대체로 질병과 같아 한 사람에게 여러 번 찾아올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의견이 일치했다. 그러나  여자들은 한사람에게 진정한 사랑이란 벼락과도

같아 한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했다면 너무 소진하여 다른 사랑은 꿈도

꾸지못한다고 했다. 어느 시골의사는 그것은 기질과 관계가 있는 것이라며

단 하루도 쉬지않고 55년 간을 계속 된 사랑을 한 여인의 이야기 했다.

 

얼마전 시골의사는 이 마을에 의자를 고치는 할머니의 임종에 불려갔었다.

그 곳에서 할머니의 유언으로 그녀의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를 들었다.

이 마을의 약제사인 슈케씨를 의자를 고치는 할머니는 몹시 사랑하였다.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누더기를 걸치고 마을을 유랑하며 의자를 고치는

부모와 같이 떠돌았다. 마을 부인들이 불쌍히 여겨 가끔씩 주는 잔돈푼을

모으던 소녀는 어느 날 친구에게 돈을 빼앗기고 울고있는 어린 소년

슈케를 만났다. 소녀는 그에게 돈을 털어주고 키스를 하였다.

소년이 가만있자 다시 키스하고 달아난 소녀는 양친의 돈을 훔치기도 하고

식품을 아끼기도 하며 돈을 모아 슈케가 사는 마을에 갈 때마다 그에게

돈을 주고 키스를 하였다. 그러나 그가 먼 학교로 갔다가 어른이 되어

다시 보았을 때 결혼을 하고 부인과 가정이 있었다.

그녀는 연못에 빠졌지만 슈케는 치료해주고 다시는 그러지말라고 했다.

그녀는 약국에서 약을 사는 것으로 슈케에게 돈을 주며 계속 그만을

사랑했다.. 슈케는 이 세상에서 그녀의 유일한 사랑이었다.  시골의사에게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슈케는 그런 미천한 여자의 사랑에 너무 모욕감을

느끼고 화가 나서 감옥에 쳐넣었어야한다고 분개했다. 그러나 그녀가

자신 앞으로 이천 삼백프랑을 남겼다는 소리에 얼른 자신의 아이들에게

뭔가 사주기위해 그 돈을 받겠다고 하며 늙은 말은 필요 없고 마차는

오두막으로 사용하기위해 가져가겠다고 했다. 그는 평생 자신을 사랑한

여자가 남긴 돈으로 철도 채권도 샀다.

 

의자를 고치는 할머니가 자신이 평생을 바쳐서 사랑한 사람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알았는지 몰랐는지는 언급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어떤 사람인지 여하를 떠나서 평생 변치않는 그 강철 같은 사랑이

아름다운 면도 느껴진다. 어처구니 없지만 그래도 사랑했었고

그 사랑을 그치지않은 동안 외로운 그녀가 삶을 영위해나갈 수 있는

이유가 되어 주었다면 나름 가치도 있었지않나 생각된다.

강남 어느 오피스텔에서는 여대생들이 자신을 매매하여 명품들을

사고 한다는 기사를 읽으면서 왜 이 사랑이야기가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격세지감을 느끼는 세대이지만 때로는 이렇게 막무가내의 사랑이라도

그녀가 삶을 영위할 수 있었던 이유가 되고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면

이런  사랑의 본질도 아름답다. 물론 그 사랑이 없었다면 다른 사람을

만나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며 전혀 다른 생의 이야기를 써나갈 수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사랑하였음으로 그녀는 때로는 행복하지않았을까.

 

시골 의사의 말처럼 남자나 여자의 차이라기보다 각자의 기질의 차이로

이런 사랑도 가능한가보다. 영미 소설의 첫 시간 교수님은 난데 없이

어느 사람이 가지고 있는 성격이 곧 그 사람의 운명이다고 하셨다.

각자의 성격 나름대로 사랑도 각가지 모습을 지닐 수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평생 한번의 사랑에도 허덕이는 사람이 있고 여러 번,  그것도 매번 할 때마다

진심으로 진지하게 해나가는 사람도 있을 수가 있겠다. 그러나 왠지 한번의

이 간절하고 어쩌면 무지하기만한 이 사랑의 모습도 요새같은 세월에

아름다운 고전처럼 마음에 와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