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없음
한낮의 햇살이 제법 따거운 것을 보면 이제 여름의 초입에 드나보다
생각한 다음 날엔 하루종일 비가 뿌리면서 얇은 가디건을 입게된다.
요즘은 특이한 것이 구름이 낮게 깔려 왠지 높은 언덕에 올라가면
그 포근하고 부드러보이는 흰구름 엷은 회색 구름을 포슬히 만질수
있을 것만 같다. 며칠 앓은 뒤밖에 나와 바라보는 세상은 왠지
새 창조를 방금 마친듯이, 금방 세수를 한듯이 신선하기만 하다.
악령에서 여지주 바르바라의 보살핌 속에 한 평생을 보내다
객지에서 비를 많이 맞고 병이 나 죽어가며 한 스쩨판의 말이
떠오른다. 삶이란 일초 일초가 소중하며 아끼며 살아야한다는.
5인조의 한명으로 체포되어 사형 현장에서 눈을 가리움을 당하던
도스토예프스키도 유사한 말을 했었다. 그러나 왕으로부터의 사면 후
몇 년간 시베리아 유형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온 그는 서서히 다시
도박에 심혈을 기울이고 돈을 꾸기위해 이곳저곳에 사정하며,
불면에 시달리며 간질을 일으키는 제멋대로의 생활로 되돌아가고
말았던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인간의 한계와 함정을 느끼게된다.
살아가면서 되고싶지 않았던, 되리라고는 생각도 하지않았던
자리에 설 때가 있다. 그때까지의 과정을 생각하면 반항할 일도
아니라서 마음으로 순복을 했는데도 이상한 것은 몸은 계속
저항을 하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며칠을 난데 없는 알러지가 생겼다
사라지고 생겼다 사라지더니 며칠은 몇 가지가 겹쳐서 커틴을
두껍게 치고 밤낮으로 일어나지 못했다. 나름대로 꽤 온화해지고
세상과도 친밀하게 악수를 나누고 있다고 생각해는데 몸은 아직도
옛 습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열심히 저항하고 있는 것을 바라보며,
왠지 자신 속에 아주 못나고 편협한 못난이가 버티고 있는 것을 느낀다.
스스로를 컨트롤 하기도 이리 쉽지않으니 인간의 영혼이라던가,
몸이라던가 참으로 신비하다.
아무래도 인간은 자기가 자기의 주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주인이 아니기 때문에 내 몸이라도 마음대로 함부로 대하면 안되고
창조주가 맡겨주신 그 어떤 귀한 존재라고 생각한다면 자기 자신을
생각하고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지 않을까. 자기의 영혼을 귀하게
여기며 아름답게 번성하려고 애쓰며 살지않을까.
차마 도박이나 알콜, 게임, 약물, 성 중독, 자살, 타살 등등 이
세상에 일어나는 각종 그 많은 괴로움들이 줄어들지 않을까.
자기의 자녀를 길러본 사람들은 아이들로 인하여 많은 기쁨도 있었고
때론 괴로움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자녀가 부모의 뜻을 거슬리지
않고 부모의 마음을 알아줄 때 마음이 더 기뻤다. 그 자녀를 향한
부모의 뜻이란 그 자녀가 어긋난 길로 가지않고 자기 자신을 귀중히
여기며 그 스스로의 인생을 강건하고 아름답게 번성해나가는 것이다.
자녀의 그 모습을 바라보는 부모의 기쁨은 형언할 수가 없다.
그처럼 이 세상의 만물들이, 사람들이나 동물들이나 꽃들 풀들조차도 다
아름답고 건강하게 번성해나갈 때, 창조주가 가장 기뻐하실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