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은 것 해보기
왠지 지금부터는 그동안 하기 싫어서 못했던 것들을 의도적으로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누가 권유하더라도
급구 사양하고 싫어하던 것들, 예를 들면 수영복 입고 물에
들어가 보기, 차를 타면 에프엠을 틀고 록 뮤직 들어주기,
반갑지 않은 사람 만나기, 어려운 글읽기 등 등
생각을 해보니 꽤 여러가지가 된다.
한 며칠 록 뮤직을 들으니 마음이 종이 분쇄기에 들어갔다 나오는듯
마구 갈라지며 제멋대로 뻗어가는 느낌이 들어 아이들이 록에 미치면
곤란하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그러니 생각이 난다. 식물을 록을
정기적으로 들려주며 키웠더니 그 뿌리들이 잘게잘게 엉키며 제멋대로
였다는 글이. 록의 불규칙 적이며 난타적인 음률이 온 전신을 두드리는
듯해서 기운이 더욱 없어지는데 왠일인지 라디오를 끄는 대신 버티는
쪽을 택해보기로 하였다. 기운이 없다고 뭐든지 차단하고 평화를 얻는
것은 좋지만 왠지 노인(?) 행세를 하는 것 같고 더욱 자신 안으로
함몰되어가는 것 같아 반발이 생겨 지금도 여전히 싫지만, 그것들을
하려면 소가 도살장에 끌려들어가는 것 같지만 해보려니 왠지 긴장이
된다. 반기지않던 종류의 글도 읽어보고, 음악도 들어보고 사람들도
만나보고 운동도 해보고 물에도 감히 들어가보고. 시간이 다 있을까,
마음이 다 감당해낼까.
싫은 것은 하지않던 습관을 깨기가 쉽지않다. 그러나 싫어도 그 자리에
가야만하는 환경이 되고보니 전처럼 싫다고 뻗되면 안될 것 같다.
자존심은 아니지만 자기의 뭔가를 하나씩 버려가야지만 별 저항 없이
예의 몇 항목들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실추운 겨울 날 몇 벌의 옷을
겁쳐 입듯이 자신을 두르고 있는 그 무엇들을 꽃잎을 한장 한장 떼어내듯
떼어낸다면 우선 무엇보다 누구보다 자유로워지는 것이 본인이
아닐까 모르겠다. 그런데도 그런 것 들을 갑옷처럼 몇 겹이나 걸치고
그 속에서 무거워, 무겁게 속박되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