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생각

창 밖에는

another woman 2011. 10. 4. 07:10

 

 

 

 

 

 

 

 

 

 

창 밖 풍경이다. 큰 플라타나스 나무는 변함없지만 하늘의 풍경의

변화에 따라 나무는 다른 풍광을 지닌다. 지나간 겨울 내내 앙상히

마른 가지들은 찬  바람에 밭은  기침들을 하면서도 작은 새들이

와서 쉬도록 팔을 내주었다. 눈에 뛸듯말듯 연두노랑의 싹들이 움솟더니

지금은 봄의 끝자락인데 나무는 수도 없이 달린  잎들이 조금씩  펼쳐지며

짙은 녹색을 더해가고 있다. 그 쪽으로 해가 뜨고 해가 진다.

배경은 똑같으나 아침 녘의 해 떠오르는 풍경과 저녁으로 해지는 풍광이

다르다. 아침 햇살은 찬란한 기운으로 잎들에서 반사되어 흰구름에

붉은 기를 더하다가 눈부시게 퍼져나간다. 석양햇살은 어딘지 기운을

잃은 거므레한 붉은기로 서서히 빛을 거두어가다가 어스름에

사라지고만다. 우리들의 젊은 날의 꿈들이 사라져가듯이.

 

창 밖에는 해가 뜨고 해가 진다.  푸라타나스의 잎들이 봉곳이 싹이

돋고 기지개를 켜면서 손바닥을 펴고 점점 크기를 더하다가

한 여름내  때론 서늘한 그늘을 만들어주고 때론 깃발처럼 흔들려댄다.

그러나 창 밖의 나무와는 달리 마음 속의  생의 나무 한 그루에 숱하게

매달려았던, 꿈들과 갈구와 소원과 소망들이 어두운 환경이나 자질이

못미침이나  불운들로 이루지못하고 우수수 떨어지는 푸라타나스

낙엽들처럼 휘날리며 발밑에 쌓여간다.  이루지못한 소망은 분노나 좌절,

애석함과 미련을 배경으로 가슴 속에서 유령처럼 서성이며 사라지지 않고,

수채화의 회색빛으로 이리저리 칠해진  배경처럼 가슴 속에 한 배경으로

남을 뿐이다. 그 배경을 등지고  계속되는 생에 등을 떠밀리며, 여전히

한 역활을 감당해야하는 배우처럼 액션을 해야한다. 액션. 액션.

 

해가 이울고 햇살이 스러져가며 마지막 황혼이 거두어지면 창 밖의

풍경이 사라지고 어둠이 창을 가득히 채운다. 그 어둠에 깃드는

실루엣에는 한 때는 아이였고 한 때는 작은 일에도 가슴이 설레이는

소녀였고 한 때는 회의와 꿈의 반복에 시달리는 청년이었고 한 때는

태어난 생명들을 돌보느라 손에 흐르는 물처럼 흐르는 세월을 보낸

중년의 끝자락에 서성이는 여인의 모습이 보인다.

 

어둠 속에서도 나무의 모습은 선명하고 나뭇잎들의 생명에 찬 아우성이

들리는 것 같다. 한 나절의 꿈처럼 여겨지는 지난 날들이 푸르름을 자랑하며

더욱 푸르겠다고 결심하고 다짐하는 초여름의 입구에 선 푸라타나스의 무성한

잎새들을 보며 한번은 더 저렇게 푸르르고 더욱 푸르러져갈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되지않았을까, 망설이고 주저하면서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커틴을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