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놀이
이 곳에서 아무리 오래 살아도 몸이 움직여지지않아 못하는 것이 있다.
한 해가 마감되는 시간의 불꽃놀이, 그 유명한 마디그라 퍼레이드 등
한 번도 가보지않았다. 시드니의 불꽃놀이는 스케일도 크고 뛰어나게
아름다워 해마다 하버 주변의 언덕마다 사람들이 초만원이 되도록 모여서 환성과
터져오르는 불꽃과 함께 한 해의 마침을 한다. 한번 가볼까 해마다 생각만 할뿐
올해도 예외없이 테레비로 불꽃놀이 일부를, 맛보기로 9시에 몇 번 보여주는
불꽃놀이를 시청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똑딱이 디카로 아무리 잽싸게 샤터를
눌러도 늘 한 발 늦어 확 퍼져오르는 각 아름다운 모습이 스러진 모습 만이
카메라에 남아 좀 그렇다. 한 해를 보내고 또 다르다는, 그러나 예외가 없이
비슷하게 보낼 것이 뻔한 새해는 강하게 먹은 약기운에 취하여 곤하게
잠이 들어서 맞이하였었다.
우리들의 마음의 내부에는 몇 겹의 지층처럼 여러 모양의 감정들과 고집들이
깔려있는 것 같다. 그 중에서 가장 맑고 아름다운 것이 서러움이지 싶다.
맑은 유리같고 순백의 흰눈 같이 가슴을 가장 정화시키는 작용을 하는 것이
서러움이지 싶다. 가슴에 살아낸 일생 동안의 삶들이 쌓이고 쌓여서 그 중에서
눈물로 이루어진 진액의 크리스탈들이 서러움이란 이름으로 무의식의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지싶다. 그렇게 층층이를 이룬 삶의 지층에 무엇으로 불을
붙이면 이렇게 아름다운 불꽃을 피워올릴 수 있을까. 작은 목숨을 이어오다가
바람에 휘날리는 꽃잎처럼 속절없이 지기전에 가슴 속에 뭉친 서러움을 인화하여
아름답고 숨찬 불꽃으로 한순간 타오른 후에 사그라질 수 있을까. 마침내,
창조주의 영이 불씨가 되어 불을 붙인다면 일생에 피워올릴 수 이었던 몇 번인가
소소한 불빛 외에 가장 아름답고 영광스러운 불꽃을 피울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