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가는 길
길을 가고 있습니다.
길은 여러갈래 길들에 이어져, 저 곳으로 가면 옛집이 있다고 생각하며
그 중 한 길을 택해서 걸어갑니다.
따스한 햇살 속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머언 길을 바라보며
봇짐은 진채 잠시 쉬며 숨을 고릅니다. 옛집을 향하여 가는 순례는
옛날로 돌아가는 발걸음입니다. 그 옛날 봄이면 휘날리던 매화꽃은
타향살이 내내 몸 속 핏줄들 마다에 향기가 되어 떠돌았습니다.
겨울에 휘날리던 그리운 흰눈들은 고된 한 삶을 살았던 그 낯선 동네
어귀에 흰구름으로 걸려있었지요.
한없이 길게 이어진 길처럼,
살아가야할 나날도 하마 끝이 나지않을듯,
어깨 위에 걸린 고된 생이 무거워 등이 휘었습니다.
연하여 이어진 길들을 묵묵히 걷는 어느 날,
그 분의 자비로운 손길은 생을 가만히 정리해주시고
개나리 봇짐 하나 꾸려서 등에 얹어주셨습니다.
그 봇짐 등에 맨 뒷모습을 보이며 묵묵히 걸어가는 그 길.
옅은 개울들이 모인듯 주름 진 육신에,
지난 날 툭하면 요동치며 큰 파도를 일으키던 마음이
지금은 초롱한 초생달처럼 작고 수줍어져
가슴 한 구석에 다소곳이 머물렀어요.
아득한 그 옛날을 향하여 가만히 걸어가는 길.
온갖 추억과 기억들이 봄날 바람에 꽃잎들처럼 날리는,
더러는 까맣게 잊었고 더러는 오늘처럼 생생한 기억들이
아지랑이처럼 솟아오르는 그 길을 주름속의 눈물 고인 작은 눈에
점점 아기처럼 어려지는 마음을 안고
그동안 희노애락의 소용돌이 속에서 같이 엉키었던 영혼들을
뒤로 하고 타박타박 걸어갑니다.
이윽고 기운이 소진하고,
옛 골목 어귀에서 기다리는 그 분의 따스한 품 안,
고향으로 돌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