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생각

고향 가는 길

another woman 2012. 2. 15. 13:22

길을 가고 있습니다.

길은 여러갈래 길들에 이어져, 저 곳으로 가면 옛집이 있다고 생각하며

그 중 한 길을 택해서 걸어갑니다.

따스한 햇살 속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머언 길을 바라보며

봇짐은 진채 잠시 쉬며 숨을 고릅니다. 옛집을 향하여 가는 순례는

옛날로 돌아가는 발걸음입니다. 그 옛날 봄이면 휘날리던 매화꽃은

타향살이 내내 몸 속 핏줄들 마다에 향기가 되어 떠돌았습니다.

겨울에 휘날리던 그리운 흰눈들은 고된 한 삶을 살았던 그 낯선 동네

어귀에 흰구름으로 걸려있었지요.

 

한없이 길게 이어진 길처럼,

살아가야할 나날도 하마 끝이 나지않을듯,

어깨 위에 걸린 고된 생이 무거워 등이 휘었습니다.

연하여 이어진 길들을 묵묵히 걷는 어느 날,

그 분의 자비로운 손길은 생을 가만히 정리해주시고

개나리 봇짐 하나 꾸려서 등에 얹어주셨습니다.

그 봇짐 등에 맨 뒷모습을 보이며 묵묵히 걸어가는 그 길.

옅은 개울들이 모인듯 주름 진 육신에,

지난 날 툭하면 요동치며 큰 파도를 일으키던 마음이

지금은 초롱한 초생달처럼 작고 수줍어져

가슴 한 구석에 다소곳이 머물렀어요.

 

아득한 그 옛날을 향하여 가만히 걸어가는 길.

온갖 추억과 기억들이  봄날 바람에  꽃잎들처럼 날리는,

더러는 까맣게 잊었고 더러는 오늘처럼 생생한 기억들이

아지랑이처럼 솟아오르는 그 길을 주름속의 눈물 고인 작은 눈에

점점 아기처럼 어려지는 마음을 안고 

그동안 희노애락의 소용돌이 속에서 같이 엉키었던  영혼들을

뒤로 하고 타박타박 걸어갑니다.

 

이윽고 기운이 소진하고,  

옛 골목 어귀에서 기다리는 그 분의 따스한 품 안,

고향으로 돌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