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백경

another woman 2012. 3. 16. 17:28

허만 멜빌의 백경은  한참 책을 읽던 이십대에 왠지 지루해서 페이지가 넘어가지않아

읽다가 포기했던 책이다. 버티다가 집에 있는 전집들의 글씨가 너무 작아 읽을 수가 없어

이번에 돋보기를 마련하고 제일 처음 읽은 책이다. 나름 재미있어 그 시절 왜 그렇게

지루했나 잠시 의아스러웠다. 멜빌(1819년- 1891)은 미국 출신 작가로 사후에야 백경으로

빛을 보게된 작가이다.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배를 타고 말년에는 뉴욕 세관에서 일하며

주홍글씨의 저자 호오돈과의 교제하며 작품활동을 하였다. 부인 엘리자베스와의 사이에

이남 이녀를 두었다. 백경은 세익스피어의 리어왕과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등과

맞먹는  비극의 소설로 알려져있다.

 

화자 이스마엘은 전전해온 직업에 환멸을 느껴 배를 탈 결심을 하고 포경항구 네티커트로

찾아왔다. 여인숙에서 머물면서 식인종 출신 퀘이키그와 친구가 되어 함께 탈 배를 찾았다.

모비딕에게 한 다리를 잃었다는 에이허브 선장의 배를 타기로 결정하자 항구의 한 부랑자는

불길한 예언을 한다. 이스마엘은 에이허브가 자기의 다리를 앗아간 백경에게 불같은 복수의

의지를 태운다는 소리를 들어도 괘의치않고 선장은 출항하기 전 모든 선원을 모아놓고

백경을 찾는다는 의지를 공포한다. 고래잡이 배들은 고래를 잡아 배 가득히 고래기름을

싣고 항구로 돌아와 돈을 번다. 그러나 에이허브는 배에 고래기름을 채우는 것보다 백경의

뒤를 쫓는데 열광한다. 배화교도인 페들러는 에이허브 선장에게 불길한 예언을 하나 그는

개의치않고 선원들의 위험을 느낀 일등항해사 스타벅은 총으로 선장을 겨누며 마음을

돌릴 것을 간청하나 에이허브는 의지를 굽히지않고 스타벅은 자신도 모르게 선장의 뜻을

따른다. 백경은 괴물처럼 크고 광폭하며 또 지능도 있어 많은 배마다 백경에게 해를 당해

그 거대하고 흰 말향고래는 거경군들 사이에서 두려움의 대상이다. 흰 말향고래는 고래들이

작살에 찔려 죽어가는 바다에 출몰하여 배를 공격하여 상처입은 동료 고래를 구하고

포경선을 난파시켜 포경선들은 백경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그를 쫒아 일본해까지 간 피쿼드호는

백경에게 작살을 꽂다가 두 보트에 나누어 탄 두 아들을 잃은 라헬호 선장이 아들을

찾아달라는 애끓는 호소를 듣고도 백경을 뒤쫓았다. 백경은 그들을 선제 공격하여 간신히

살아남았으나 결국은 에이허브 선장은 백경에게 꽃은 작살끈에 자신이 감기어 죽고

배의 그 건장하고 겁없는 선원들이 이스마엘을 제외하고 모두 몰살 당하였다.

이스마엘은 친구 퀘이키그의 관으로 만든 구조보트를 타고 이틀을 표류하다가 라헬호에

구출되었다. 내내 폭풍우가 몰아치며 가도가도 망망한 대해 뿐인 바다의 거대함과 하늘,

밤 선원들 간의 불화와 나쁜 징조들은 소설 내내 긴박감을 주며 계속되었다.

 

에이허브 선장의  백경에 대한 분노와 복수심은 소설 처음부터 묘한 암시에도 불구하고

멸망할 때까지 끝까지 타올라 배와 선원들이 함께 몰살하도록 몰고간 것에는 지독한

병적인 증오와 집착이 있다. 고래기름을 채취하여 돈을 벌려고 배를 탄 선원들도

항해처음 선장의 모비딕을 향한 복수를 맹세하는 것을 무언 중에 동의했으므로

그의 망상적인 집착에 배가 높은 파도에 휩쓸리듯 함께 휩쓸려들어 모두 바다 속에

수장되고 말았다. 늦게 결혼 하여 젊은 아내와 두 아이가 자신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도   모비딕에 대한 복수감에 끓어올라 모든 것을 다 한순간에 잃은 선장의

편집증이 어떤 사람들에게 어떤 형식으로 내재되어있는 것이 느껴지고 보여질 때가

있다. 그 망상이 자신을 낭떠러지에서 밀어낼치듯 멸망시킬 것이 뻔한줄 알면서도

그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인간의 영혼의 복잡함과 섬세함과 강철같은

고집이 아울러 깃들어있음을 보게된다. 자연은 백경 중에 모비딕이 뛰어난 판단력과

공격능력을 주어서 다른 고래들을 보호하게 했으나 에이허브는 모비딕이 뛰어날수록

증오를 키워갔다. 그 증오감을 응시하고 그 실체가 무엇인지 알기도 전에 온몸을

전율시키는 복수의 일념에 자신과 설흔 명의 선원들의 목숨을 바다에 한 칼에

수장시킨, 낭떨어지인줄 알면서도 어떤 편집광적인 힘에 마구 뛰밀리어 함께 휩쓸려갈

밖에 없는, 그런 운명적인 어두운 결말은 소설의 서두에서부터 계속 암시되어

왔음으로 끝의 비극감은 왠지 무게를 덜한 분위기를 주었다.

 

 미친듯이 날뛰던 바다는 그들을 단칼에 삼킨 후 다시 의젓하고 잔잔한 모습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