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생각

호박

another woman 2012. 4. 3. 01:47

 

 

 

 

 

 

드디어 호박 하나를 수확하였다. 그동안 암꽃이 세번 피었는데 수정을 안했고,

또 했을 때는 엉뚱한 곳에 하여 실패하였었다. 호박씨를 주면서 어머니는 구덩이를

깊게 파 비료를 잔뜩 준 다음에 씨를 뿌리라 당부하셨으나 그냥 꽃이나 보자고

화분에 달랑 씨를 심었었다. 한 줄기에서 세 줄기가 나와 손바닥 만한 땅을 가득

채운 호박 덩굴. 비료를 전연 주지않은 상태에서 덩굴이 번져, 이것을 보는 것으로도

즐거웠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조금씩 커가는 호박을 발견한 기쁨. 노란 꽃 속에

깃들인 찬란한 햇살의 여운. 아침마다 나가 지켜보면서 어떤 순리와 이치를

보게되었었다. 가을이 펼쳐져가는 지금은 꽃 자체의 크기가 아주 작아졌고

어쩌다 보이는 암꽃은 필 정도로 커지지않고 그냥 떨어져버린다. 이제 자기 역활을

다 감당한듯 보인다. 덩쿨은 강한 생명력을 뽐내며  옆에 있는 아무 것이라도 휘 감고

이리저리 마구 퍼졌었다. 쉴새없이 뻗어가는 새순 때문에 시든 덩굴도 거두지못해

보기가 그래 좀 있다 덩굴을 치우려한다. 그동안 호박 덩굴을 보면서 여러가지

모르던 것을 알게되었다. 작은 씨 하나에서 몇 천배가 될지도 모를  생명을

잉태하는 또 다른 씨를 맺는 사랑과 은혜, 이런 덩굴과 여기 저기서 툭툭 피어나는

샛노란 꽃들이 너무 이뻤다. 이제 수정해줄줄도 알게되었으니 내년 봄에 다시

심어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