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생각

가을 밤에.

another woman 2012. 4. 16. 06:01

 

 

 

서울 있을 적 전철 역에서 찍었는데 작자 이름이 나오지않았으나 올려본다.

자기 것처럼 여겨진 연인인지 꿈인지 희망인지 모를 , 꽃 한 송이를 두고

돌아서서 그리움에 싸인 가슴의 심정이 역 유리벽에 환하게 꽃처럼 피었다.

 

 

아침 저녁으로 제법 찬 바람이 부는군요. 자다가 한기에 소스라쳐 잠이 깨면

쉬 다시 잠이 들지가 않아 이리저리 뒤척이다가 뜰로 나와봅니다. 

검은 복면을 쓴듯 사위가 적요하고 멀리 하늘에 반짝이는 별이 아라비아의 공주의

어여쁜 눈동자처럼 빛납니다. 지난 가을 부엉이 한 마리가 피곤한 몸을 쉬었다가

길을 떠난, 나뭇가지가 이 밤 누구를 기다리는 빈 의자처럼 팔을 길게 뻗고 있습니다.

길을 걷다가 빈의자에 몸을 의탁하고 잠시 쉬듯이 그 나뭇가지에 여러가지 생각이

떠도는 피곤한 마음을 잠시 언져봅니다. 아침이 오고 저녁이 오고, 이윽고 밤이 오듯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가을이 왔습니다. 지난 여름 가지가 휘청하게 만발했던 꽃들이

진 자리에 열매들이 맺히고 한 낮의 땡땡한 가을 햇볕에 열매들은 제 몸을 키우고

단단히 영글어 갑니다. 나뭇잎들은 스스로 제 몸에서 아름다운 가을 색들을 내주어

단장을 합니다. 가을은 스스로 열매 맺고 겨울이 오기 전에 찬 바람에 낙하하여

마른 가랑잎으로 땅을 덮기 전에 마지막으로 갈빛  빨강 빛 노랑 빛으로 자신들을

단장합니다. 자연의 순리에 말없이 순하게  최선을 다해 할 수 있는 온 맘과 온 기운을

다하여 저항 없는 순종을 합니다. 가을 나무 밑에 서서 왠지 스스로가 움추려듭니다.

그동안 부단히 봄을 지내고 여름을 살아내고 가을로 접어들었는데, 맺을 열매도 스스로를

분칠하고  단장할 색소도 몸 안에서 흘러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갈등하고, 주어진

생에 한 그루의 나무가 자기에게 주어진 생명을 묵묵히 열심을 다하듯 최선을 다하기보다,

부정적이고 불평적인 말들이 많아 자신을 상하게 했습니다. 그 생각에 남들도 상했을 것입니다.

누구인지모를 그 시인의 말처럼 창조주가 자신의 것으로 꽃 피우고 열매 맺기를 기대한 꽃을

피우지않고 열매 맺지못한  그 꽃과 열매에 대한 기억은 가을이 깊어갈수록 그리움이

진해져가나봅니다. 가을이 익어가려는 길에 서서 그냥 투명한 채로 아무 것도 맺을 열매도

없고 스스로를 단장할 색소도 내지못하는 스스로를 드려다보며,  차라리 이 어둠에

안도스러움을  느끼는  피곤한 마음을 지난 해 부엉이가  앉았다 쉬고 간 가지에

내려놓고 한 조각의 쉼을 구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