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사람
자녀를 다 출가시키고 혼자가 되어 작은 봉사활동을 하며 지내던 마사꼬는 세째 아들과
며느리,토모에에게서 같이 살자는 제의를 받고 사는 곳을 정리하고 아들 집으로 왔습니다.
며느리는 마사꼬가 집안 일을 도와주면 마음 편히 직장을 다닐 겸 혼자 사는 시어머미를
모시고도 싶은 마음으로 함께 살았습니다. 그러나 함께 산다는 것은 이상처럼 여의치가 않고
자꾸 불협화음이 생겼습니다. 마사꼬가 사사건건 며느리의 일을 트집잡고 싸움을 걸었습니다.
며느리가 돈을 훔쳤다는둥, 화분들을 던져깨고 싸논 점심도시락도 둘러엎습니다. 타이르는
자식내외에게 마구 퍼부어 집안은 한시도 편할 날이 없는데 그녀는 치매라는 진단을 받습니다.
더이상 견디기 힘든 시기가 되자 여러 번 갈등하다 기관에 시어머니를 맡기게 됩니다.
마사꼬는 토모에에게 어린 시절 멀리 타지에 일하러나간 어머니를 오래만에 한번씩 만나다가
그녀가 재혼한 이후 늘 어머니를 그리워했고 양부모를 만나 살았으나 양부에게 늘 매를 맞고
자랐다고 털어놓습니다. 철이 난후 집을 나가기위해 결혼하여 사남매를 두었으나 남편이
일찍 세상을 떠나 삯바느질로 사남매를 길러 교육시키고 출가시켰다고 말합니다.
그녀는 매화꽃을 좋아하는데 그 꽃은 그 옛날 어머니가 좋아하던 꽃으로 매화는 가지를
꺾어서 심으면 뿌리가 내리고 가지가 꺽어져도 꺽인 그 가지에서 꽃이 피는 나무라고
말합니다. 내가 너에게 심하게하는 것은 왠지 너 아니면 누가 이해해줄까 싶어 그랬으니
미안하다고 말합니다. 토모에는 시어머니가 아들인 남편에게도 하지않은 과거를 자신에게
털어놓는 마사꼬에게 연민을 느끼며 이해하게 됩니다. 기관에서는 치매환자가 저질른 일을
늘 비난하지말고 칭찬거리를 찾아내고 격려하라고 하며 아트 테라피 과정 중 마사꼬가
그림에 소질이 있는 것을 찾아내어 그림 수업을 시킵니다. 그녀는 대회에서 상을 받았습니다.
그녀는 며느리 토모에의 초상화를 그리고 제목을 소중한 사람이라고 부칩니다.
시어머니에게 제일 소중한 사람이 자신을 받아주고 이해해주는 며느리 인 것입니다.
요사이 치매환자와 독거 노인 수가 증가하여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있습니다. 죽은지 몇 달
후에나 발견되는 노인들의 주검이나, 집안에 치매환자 하나로 인하여 온 집안이 지옥과
같은 곤란을 겪는 경우도 많습니다. 치매란 그 사람의 인격이 송두리채 소멸되어 동물과 같은
수준이 되는 무서운 병입니다. 한 평생을 살고 늘그막히 인자하고 부드럽게 저 세상으로
갈 준비를 해야되는 시점에서 제 정신을 놓아버리고 포악하고 미친듯한 다른 사람이
되버린다는 것은 일종의 저주에 가깝습니다. 더러는 부드러운 바람이 불고 더러는 강풍이
불어 괴로웠더라도 갖가지 풍경으로 색칠 되었을 그 지난 날들의 기억이 새까맣게 탄 냄비처럼
그 두뇌에 파괴와 혼돈의 인자만 가득 차있어 수시로 발작을 일으키는 것을 생각하면 누구라도
두려워지겠지요. 딸도 감당하지 못하는 일을, 토모에는 이해와 연민으로 마사꼬를 돌보아 그녀를
치매의 포악으로부터 건져내고 꺽인 가지이나 꽃이 피듯이 연민으로 보살펴 주었습니다.상대가
나에게 연민을 가지고 살펴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면 일단 마음이 안도하고 그 믿음 안에서
상했던 마음이꺽인 가지에서도 매화 꽃이 피어나듯이 되살아나는 것을 보면 사람의 심령은
상대방의 진심어린 사랑이 필요합니다. 어렸을 적에 더이상 오지않는 어머니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이 무의식의 층에 깊게 깔려있었나 봅니다. 그래서 화내는 대상이 아들이 아니고
며느리 토모에 였던가 생각듭니다. 시설에 가기 전 같이 자는데 잠결에 마사꼬는 아가가
하듯이 토모에의 가슴을 더듬습니다. 토모에는 처음에 놀랐으나 그런 시모의 손길에 마치 엄마처럼
숨죽이고 가만히 있습니다. 살면서 받은 상처들, 특별히 어린 시절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으나
자신이 소중한 사람으로부터 버림 받은 상처는 무의식 속에서 아주 두꺼운 층으로 깔려있어
언제라도 상황이 되면 돌발적으로 튀어나옵니다. 늘 어머니를 그리워했던 마사꼬에게 소중한 사람도
애써 기른 아들이 아니라 자기의 마음을 이해하는 손자들의 엄마인 토모에 인 것입니다.
나중에라도 그런 것에 생각이 미치고 마음을 붙잡아주는, 그런 며느리를 만난 것은, 인생이
그런 인연으로 마사꼬의 험난했던 지난 시절을 위로해주는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