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생각
길에서
another woman
2013. 4. 22. 02:38
길에서.
길을 갑니다. 이 곳은 남반부라 그런지 구름이 항시 낮게 뜹니다.
어떤 때는 손을 길게 뻗고 높이 뛰어오르면 솜사탕같은 구름의 한조각을 잡아낼듯 합니다.
길 위에 저멀리 소실점으로 보이는 곳에 모여있는 구름을 보고 달리면 조금만 더가면 아아
구름바다 속으로 들어갈거야 생각해도 그 곳에 오면 구름은 다시 낮게 하늘 위로 깔려있고
또 다른 소실점엔 구름이 땅과 마주 치고있는듯 착시를 일으킵니다. 이태리 영화 길에서
안소니퀸에게 학대를 받아가며 길을 달리며 나오는 마을에서 공연을 하던, 새집처럼 엉클어진
머리에 눈만 슬프고 어리하게 커다랗던 키가 작은 여인 젤소미나가 달리던 길도 이렇게 고고하고
슬프고 의연하고 적요하게 뻗어있는 길이었을거예요.
길은 길에 연하여 뻗어갑니다. 자기들끼리 손을 잡고 겨우 뽀족한 잎새들을 달고있는 나무 몇
그루가 뻣뻣이 서있는 황량한 벌판이나 양들이 더렵혀진 흰 솜뭉치들처럼 여기저기 모여있는
초록빛 벌판이나 돌무더기를 쌓아 성황당을 만들면 한 마을을 이룰만큼 널려있는 돌벌판을 지나
마침내 길은 마을로 사람들을 데리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