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세상
올해 초인가 어느 블로그에서 올린 영화를 본후 바이러스가 감염되었는지
산지 삼 년 밖에 안된 컴퓨터가 죽었었다. 사위가 고치려고 애썼으나 완전히 복원이 안되어
아들이 작은 티비 만한 화면을 가진 데스크 탑이 있는 컴퓨터를 사주었다. 올해
생일 선물이라면서. 정작 생일 날이 되니 시내에 한 일식집에서 흰 모자를 쓴 젊은 청년이
그릇 등으로 묘기를 부려가면서 즉석에서 해산물 등을 구워주는 음식 외는 정말 선물이 없었다^^.
새로 생긴 컴퓨터 화면이 사이즈가 크니 글씨나 사진도 확장해가면서 보니까 너무 편하다.
잠에서 깨어나서 잠들 때까지 할 일이 없는 시간에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뭐라도 하고
보니 가만히 낭비하는 시간이 없는데 또 딱히 번듯하게 내놓을 만큼 행한 일도 없는 것같다.
얼마 전 컴퓨터가 안되었다. 서울 같으면 즉시 사람이 와서 봐줄터인데 이 곳은 절차도
번거롭고 비용도 만만찮아 딸 내외가 번갈아와서 회사에 전화를 연결하여 뭐가 고장인지를
알려고 애썼다. 그러더니 결국은 모뎀이 수명이 다한 것 같다고 결론을 내려 그 다음 날은
모뎀을 새로 사고 연결을 하고 그러는데 꼬박 이틀이 걸렸다. 그런데 세상과 두절되어
지낸듯한 이틀 동안 내 상태를 돌아보니 정말 이건 아니지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인터넷이
끊어져 들어갈 수가 없어지니 뭔가 안절부절해지고 세상에서 완전히 고립되어 먼 바다의 작은 섬에
홀로 서있는듯 하였다. 이런 것이 중독인것 같다. 알콜 중독, 도박 중독, 니코틴 중독, 게임 중독
등등에 인터넷 중독이란 것도 추가해야할 것 같다.
인터넷 세계란 참으로 신기하다. 도깨비 방망이처럼 여겨진다. 알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들의
온갖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익명으로 손 쉽게 접하고 구하면서 자기와 성향이 같은 사람들과의
교제하며 우정을 쌓아가는 모습을 보노라면 먼 바다의 섬에 사는듯 하면서도 동시에 사람들이
번잡한 거리의 카페에라도 앉아있는듯 착각이 가능해진다. 세상에서 나만 고립 된듯한
아침 나절의 그 당황함이 지나가자 한줄기 정적이 마음에 찾아들고 아 이건 좋은 정적이구나
느껴졌다. 그 날의 볼 일을 보고 다음에는 컴퓨터를 키는 대신 얼마 전에 읽기 시작하다 전연
시간을 내지못하여 덮어둔 에밀 졸라의 목로주점을 손에 들었다. 가진 것은 고전들이고 오래된
전집은 종이도 낡아져 손에 대지않는데 아쉬운 김에 제목은 알아도 내용은 기억나지않는
목로주점을 읽기 시작한 것이 몇 달 전인데 도무지 다시 책을 들게 안되었다.
다시 읽기 시작하니 속도도 붙고 여주인공 제르베르에게 감정을 이입하고 그녀가 되어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이틀 동안 몇 십페이지 진도가 나갔다.
새모뎀을 설치하였다. 그리고 책을 손에 들거나 어디에서 해방되었는지 그 자유스러움이 다시
사라졌다. 시간만 나면 컴퓨터 앞에 앉게 되었다. 이제 그만 자제를 하고 시간을 좀 배분하여 컴퓨터에
종속된 것에서 좀 해방되어야지 생각하지만 왠지 각 방에 들어앉아 컴퓨터를 붙잡고 뭔가 하고있는
그와 아들을 보면 나도 이 앞에 앉게된다. 인터넷 서핑을 하면서 누리는 것 만큼의 정보와 재미에
비하면 우리들은 자신과 가족 간의 관계에서 무엇인가 귀중한 것을 잃고 있다는 생각이
왠지 지워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