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두는 기쁨
작년에 도라지씨가 생겨서 심었더니 싹이 트고 꽃이 피었었습니다. 지난 여름에 피었던
꽃들입니다. 참 이쁩니다. 도라지 꽃 때문인지 별 좋아하지않았던 보라색갈이 좋아질 정도입니다.
그리고 일년이 되기 전에 뿌리를 캐었더니 저런 모양입니다. 한국과는 토양의 질이 다른지 작고 질기고
잔뿌리가 많은 것이 특이하지만, 도라지향이 나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흙 한 포대가 10$ 돈이라
흙 값만 100$불이 들어 누군가가 차라리 사먹는 것이 낫지않았냐 빈정거립니다. 그러나 이 곳
어디서 생도라지를 살 수가 있나요. 먼 화원에 가는 대신 동네의 버닝스에 가서 유기농 흙을
샀었습니다. 뿌리는 비료가 들어있으면 안좋다는 말이 있어 흙 선정에 고심했었습니다.
씨를 뿌린 후 처음 싹이 나는 것을 보았을 때의 기쁨과 순결한 그 새 순들이 줄기를 돋우어
그 줄기가 날이 더워질수록 굵어가며 자라는 것을 보다가 꽃망울이 맺히고 드디어 꽃이 피는 것을
보는 기쁨에 마음이 시원해졌습니다. 한동안 빛나는 보라색들이 작은 마당을 빛내고 있었답니다.
이윽고 가을이 찾아와 꽃이 지고 잎이 시들어지고 줄기가 갈빛으로 매말라 들었니다. 겨울 동안
비쩍 마른 줄기는 한 줄기 지푸라기처럼 혼자 남아 뿌리를 지켰습니다. 그 쓸쓸한 풍경으로
지나간 여름의 잎이 무성하고 꽃들이 피어나던 영광을 떠올리기는 어려웠지만
가슴의 시선은 마음으로 지나간 여름의 그 영광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화분을 비우고 이리저리 구부러진 모양의 도라지 뿌리들을 수확했습니다.
그러나 날이 따스해지기 시작하면,
어린 순이 자라나 무성해지고 꽃을 피우며 뿌리를 꿋꿋이 내릴 것을 꿈 꾸며
다시 씨를 뿌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