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사건
제임스 조이스의 단편입니다. 주인공 제임스 더피는 더블린 시외에 사는 독신남자이다.
더블린 시가지를 거쳐 흐르는 강이 보이는 그의 방에는 카펫이나 그림도 없고 꼭 필요한
가구만 몇 개있을 뿐이다. 그는 토성의 운을 가져 침울한 성격에 갈색 얼굴은 윤기없는
검은 머리털로 덮여있고 무정한 광대뼈에 갈색 콧수염을 가졌다. 그 인상은 타인의 얼굴에
떠오르는 속죄의 표정을 반기려다 실망한듯하고 지기 육체에서 벗어나 자기 행동을 못미더운
눈으로 살피며 살고있는 인상이라고 서술되어있다. 때때로 그는 자기를 삼인친의 주어와 과거형
동사를 써서 생각하는 버릇이 있다. 남에게 자선을 베푼 적도 없고 남의 도움을 받은 적도 없는,
아무런 파란이 없는 인생이었다. 그의 유일한 낙은 가끔 음악회에 가는 것이었다.
어느 날 관객이 거의 없는 음악회에서 엄마와 딸의 관계인 두 여자를 만나 대화를 하게되었다.
우연히도 그 여자를 세번 째 우연히 만나게되자 그들은 자주 만나는 사이로 발전했다.
여자는 이태리계 선장의 부인으로 윤곽이 뚜렷한 푸른 눈을 가지고 사그라졌으나 아직 미모가
남아있었다. 그는 은밀한 것이 싫어 집으로 초대해달라고 하고 여자의 남편은 자신의 아내가
누구의 관심을 끌리라곤 상상 외라 아마 딸을 보고자 오나보다 환영하였다. 선장은 몇 달씩
집을 비우고 딸도 음악 레슨으로 집을 자주 비워 둘의 교제는 허물없어져 갔다.
선장은 아내가 집안의 한 가구라도 되듯 너무 당연한 존재로 내버려두고 늘 혼자 지내는 그녀는
제임스와의 대화가 잘 통하고 누구에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서로 삶의 부분을 나누고 공유하는 것에 애착이 자라가 정이 들었다. 제임스도 그녀와의 대화가
잘 통하고 누구에겐가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것을 상대가 이해하고 동의해주는 것이 좋았다.
그러던 어느 날, 부인이 열정적인 모습으로 그의 손을 잡아당겨 그녀 자신의 얼굴에 갖다대였다.
제임스는 자신의 의도와는 다른 부인의 정열적인 태도에 환멸을 느끼고 방문을 그쳤다.
일주일이 지나자 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들은 교외에서 만나 여러가지를 이야기하다 교제를
끊기로 합의하고 부인에게서 그동안 그가 보냈던 책들이나 편지가 돌아왔다.
제임스는 전과 같이 변함없는 생활로 되돌아가고, 이윽고 4년의 세월이 흘러갔다.
그는 하루를 마치고 식당에 가서 저녁식사를 하면서 신문을 읽었다. 그 곳에 부인의 부고기사가
있었다. 부인은 차단기가 내려지는 철로에 내려서다가 즉사하였다고 한다. 별 원인을 찾을 수 없어
단순 사고사로 처리 되었느데 딸이 엄마가 이년 전부터 알콜 중독이 되어 밤마다 술을 사러 외출했다고
증언하였다. 치료를 위하여 노력했으나 어쩌지 못했다는 기사였다. 그는 생각했다. 그 여자가 그렇게
나오는 이상 더이상 교제할 수도 없고 같이 살수도 없고 어쩔 수가 없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가 알콜 중독이 되도록 괴로워했던 것이 느껴지고 왠일인지 그녀를 거부하고부터
자신의 인생의 향연에서 내몰린듯한 고독이 엄습을 하였다. 그는 더이상 지금까지 별 무리없이
지내온 것처럼 살아지지못하고 그가 누릴 수 있었음에도 그 스스로가 외면하고 담 쌓아온
인생의 여러가지 잔치에 자신의 몫은 없음을 뼈저리게 느꼈다. 삶은 지나가면 도로 줏어담을 수
없는 비정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 순간 순간의 과정이 모여서 삶을 이루어진다. 모자이크처럼.
이런 변화없고 자신의 진수를 발휘하며 살지못하고 억누르고 자제하며 살아온 제임스 더피가 꼭
잘못 살아온 것은 아니리라. 그러나 조이스가 실감나게 묘사한, 그렇게 매력적이지못한 그에게
사랑을 느끼고 표현하고 싶어한 여자가 있었던 것을 보면, 신은 그도 잠재해있는 여러가지 성격을
발휘하며 삶이 허락한 여러 방면의 것들을 누리며 살기를 바랬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도덕적 요소가
먼저 튀어나와 방해한 결과는 여자의 죽음과 앞으로 남은 그의 삶의 절절한 고독을 생각하면 정말
끔찍한 사건일수도 있을 것 같다. 삶의 안에는 죽음과 생명이 함께 공존하고 있고 어떤 사건을
계기로 생명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는 어떤 귀중함과 섬세함과 찰라적인 순간들이 두려워진다.
영혼이 섬세할 수록 그 영혼이 살아야 육신도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자주 잊고 지냈던 것 같다.
어떤 관계에서라도 상대의 마음이 아름답게 피어오르는 관계가 되어야 이 쪽의 마음도 아름답게
피어나는 것인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