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팝니다.
요즈음 시드니 집 값이 천정부지로 뛰고있어 젊은 호주인들이 집 사기가 어려워졌다.
중국의 돈많은 투자자들과 호주 내에서 그들의 달러 반입을 환영하는 정책이 맞물려
위치 좋은 곳의 매물들은 중국인들이 많고 경매에서 그들을 당해내기 어려워졌다.
근 이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 그전에 집을 판 사람들이나 산 사람들 사이에 희비가
교차한다.
앞 길에 집이 하나 나왔다. 경매일이 며칠 남지않았다. 집 주인 남자는 침울한 얼굴이다.
부딪치면 밝게 웃으며 먼저 인사하던 그가 점차 얼굴이 어두워지며 며칠 전에는 인사하니
얼굴을 돌리고 집으로 들어간다. 들려오는 이야기로는 이년 전에 아내와 별거를 하게 되었다고한다.
그리고 중학교 다니는 두 아이들과 살고 있었는데 자주 크게 틀어놓은 음악소리와 누군가의
고함 소리가 들리곤 했었다. 몇 달 전부터는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다. 엄마에게로 갔다고 한다.
별거의 문제는 남자의 알콜 문제에 있었다고 하는데 남의 일이지만 마음이 서글폈다.
근 이년 가까이 헤어져있으면서 다시 결합할 것을 기대하고 기다렸던 것 같은데 실상을 모르니
뭐라고 하긴 어려우나 한 가정이 깨어지는 아픔이 골목의 사람들에게도 전달이 된다.
청년 시절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두 아이를 낳고 기르며 집을 장만하고 집안과
정원을 꾸미며 나누었던 그 많은 순간들의 기쁨과 슬픔과 이야기들은 많은 그림책이 되어
이야기책이 되어 그들의 가슴에 담겨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서로 미워하며 갈라서게되는 이유들은
너무도 개인적이고 너무도 많아서일 것이니 남이 뭐라 말할 계제는 안된다.
그러나 가정이란 가족 구성원들이 있고 그 구성원들이 편히 쉬고 함께 살아갈 환경과 본질의 조성은
서로 간의 기쁨이고 의무와 권리일 것이다. 어른들 두 사람의 불협화음으로 제일 피해를 보는 것은
두 사람의 자녀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깨진 가정에서 그들은 관계성의 불안함과 연약함을 체험하고
성장하면서 그늘을 스스로도 모르게 지니게 될지도 모른다. 오래 같이 살면서 너무 변함 없다는 것과
함께 발전해나가지 못함 등등의 많은 이유로 살면서 그간 서로 나누었던 좋은 기억은 잊어버리고
당장의 마음의 상함과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헤어지게되는 모양이다.
자녀들을 사랑한다면 그 자녀의 아버지나 어머니인 그 상대들을 이해하고 감싸며 문제를 해결하기에
함께 애쓰는 과정을 거쳤으리라 생각한다. 해볼만큼 해보고도 안되는 것 같으니 어쩔 수 없이 해결의
방법으로 택하였을 것이다. 남자들은 자신들을 잘 돌볼 자질이 부족한지 날이 갈수록 피페해보이는
그를 보며 여자는 아이들을 돌보고 자신을 반듯하게 지키는 본성을 신으로부터 부여받았는것 같다.
열달을 잉태하고 고통 중에 아이를 낳아 애써 기르는 그 과정 중에서 몸에 배인 그런 본성으로
앞길을 헤쳐나가기에 충분히 강인해 보이는데 그 앞집 뜰의 for sale 광고를 볼 때 왠지
마음이 안타까워진다. 집만 팔리는 것이 아니라 그 집에 살았던 가족들의 역사마저도 어딘지 알지못할
저쪽으로 사라져버리는 것 같아서, 한 세상 살아간다는 것은 누구에게도 쉬운 일이 아닌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