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경사 바틀비
동우님 방에 있는 백경이 대표작인 허먼 멜빌의 필경사 바틀비를 읽었다.
나는 윌가의 변호사로 사무실에 두 명의 필경사와 한 명의 사환을 고용하고 있다.
필경사 두 명은 다 성격이 독특하여 한명은 오전에 한 명은 오후에 신경이 날카로워져
사무실 분위기를 해친다. 나는 바틀비라는 한 명의 필경사를 더 고용하였다.
조용하고 한 구석에서 존재감을 감추는 바틀비는 성실하고 일을 잘하여 처음에는 흡족하였으나
날이 갈수록 그의 성격이 드러났다. 그는 처음 자기에게 맡겨진 일에는 정성을 다했으나
차츰 일이 태만해지고 필경한 것들을 확인하는 작업은 하고 싶지않다면서 단호하게 거절하여
그가 필경한 것도 다른 두 필경사가 확인작업을 하게되어 불만이 터져나왔다.
나는 온건한 성격이라 그와 부딪치지않으며 작업을 수행하게 갖은 방법을 다해도
바틀비는 자신은 그 것을 하고싶지않다며 요지부동 움직이지않았다. 어느 날 나는 바틀비가
사무실에서 살면서 죽지않을만큼의 과자로 연명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를 내보낼 방법에 실패하자 나는 차라리 사무실을 옮기었다. 며칠이 지나자 새로
사무실에 입주한 사람이 와서 바틀비가 사무실을 나가지않으니 너의 직원이었으니
어떻게하길 요구하여 나는 우리집에 와서 살라고까지 회유해도 그는 여전히 하고싶지
않다며 그 곳을 떠나지않자 새주인은 그를 부랑자로 고발하여 감옥에 가게 되었다.
나는 왠지 그 그림자같던 바틀비가 잊혀지지않아 감옥으로 면회를 가서 면회를 하고
돈을 넣어주나 돈은 되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찾아갔을 때 바틀비의 사망소식을 듣게되었다.
그리고 그 바틀비가 필경사로 취직하기 전에 배달 불가능해진 편지들을 다루는 부서가
없어지면서 무직자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바틀비는 실직을 하면서 자신을 배달이 불가능해져서 소각을 당하는 편지와 동일시한 것 같다.
가슴 속에 든 어떤 생명줄이 끊어지면서 삶의 모든 의욕을 잃어버리고 모든 길을 스스로
차단하고 침잠의 모습으로 웅크리고 자신의 모습이 이 세상에서 자기가 소각했던 그 편지들처럼
소멸되기를 소원하고 기다리고 있었던 모습이다. 그 편지에는 누군가에게 생명을 줄지도
몰랐던, 좋은 소식으로 죽어가는 심령을 살리고 관계를 회복하고 그런 사연들이 수취인의
거주 불명으로 소각되어야하는 것을 집행하면서 느꼈던 허무와 안타까움이 스스로의
몸 어느 구석에선가 점차로 자라나 마음을 가득해우게되어 자신의 직업을 앗김과 동시에
자신의 운명은 소각되어야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굶는 것으로 스스로의 소각을
집행을 한셈이 되었다.
지금의 그 거대한 윌가의 위상은 그 당시에도 금융을 장악하는 사람들의 위상과
그것을 문서적으로 정리하고 확인하는 필경사들의 희생적인 노동의 모습이 보인다.
바틀비가 이 세상에 자신을 내어보낸 이의 존재를 인정하였다면 스스로를 소각되어야하는
존재로 결정하지않았으리라는 안타까움이 남는다. 그리고 가족이 없이 혼자 살아가는
이들의 고독과 그 고독이 휩쓸고가는 흔적을 보면서 사람이란 자신의 마음을 누구에겐가
주면서 살아가야하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자신이 살아가기위한 방법으로 배우자를 자식을
형제자매등의 들 타인을 사랑해야 사랑하는 자의 마음이 살아나는, 살아가기에 힘을 다하는
그런 모습 속에 우리들을 이 세상에 내보내신 이의 의도가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