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메디테이션 파크

another woman 2018. 7. 15. 05:52

 

마리아는 육십이 넘은 여자다. 홍콩에서 회사 비서직에 근무하던 그녀는

삼십여 년 전 수학교사였던 남편 빙과 남매를 데리고 홍콩에서 캐나다 밴쿠버로 이민왔었다.

세월이 많이 흘러,

딸은 결혼하여 두 아이 엄마로 잘 살고있고 아들은 남편과의 불화로 집을 나가 소식을 알수 없었으나

마리아는 그런대로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었다. 남편은 자주 저녁밥을 사오고 애정 표현도 살갑고 

그녀의 노년은 나름 행복했다.

 

남편의 나이 육십오세 되던 날을 가족과 모여 그의 생일을 축하했다. 그러나 평화는 곧 사라졌다.

마리아는  다음 날 그의 바지 주머니에서 오렌지 색의 야하고 부드러운 여자팬티를 발견했다. 

비닐 장갑을 끼고 그 팬티를 쓰레기통에 버렸다가 생각을 바꾸어 다시 바지주머니에 넣고

퇴근한 빙이 바지를 찾아  팬티를 챙겨 포켓에 넣고 외출하는 것을 목격했다.

마리아는 거짓말로 남편에서 돈을 긁어내어  택시를 타고 그의 뒤를 추적하는데 머리가 아프다.

더이상 택시비 감당이 힘들자 자전거 타는 것을 배우고 홍콩의 심각한 주차문제로 자신의 주택마당에

불법주차로 다투던,  돈을 버는 동네이줌마들 합세하여 자신도 돈을 벌려 애쓴다. 자전거를 타고 남편을 쫓던 

어느 날 벤치에 앉아있던 남편의 애인에게 접근하고 젊은 여자는 마라아가 빙이 사진으로 보여준 그 아내인 것을

알았다. 그날 밤 이별통보를 받고 귀가한 남편은 며칠이고 계속 거칠고 화를 내다가 우울하기만 하다. 이 꼴을 보다못한

마리아는 젊은 내연녀를 찾아가 차라리 다시 만나주길 부탁한다. 마리아는 동네 불법주차로  돈을 버는 무리들과 점점 깊이

친해지며 그 중 한 젊은이가 아내가 암투병 끝에 숨지는 것도 보고 전에 불법주차 인도로 돈을 번다고 싫어하던 이들의

삶이 절박하고 간절한 것을 알고 더욱 마음이 끌리게된다.  그리고 찾아온 아들여자친구가 전해준 결혼소식을 듣고 

평생처음 남편을 거역하고 아들을 만날 결심도 당당하게  한다.

 

남편 빙은 모든 것이 폭로된 후 이민 초기 짐승을 도살하는 직업으로 시작하여 회계사로

자리잡을 때까지의 심한 고생을 토로하며 회환에 잠기다가 평생 순종과 한신을 아끼지않던 아내가 큰소리 없이

그동안 남편의 그림자처럼 살던 태도를 버리고 자기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마리아라는 여자의 다른

변화를 보면서 아내에게로 돌아온다.

 

잔잔한 재미가 있었다. 한평생 고요하고 이만하면 행복하다고 살아온 아내역활이 영구적 안식처로 알고

살아온 마리아와 내연녀가 있기에 아내에게 더욱 친절하고 매일의 생활을 즐겁고 활발하게 지냈으나

더이상 이중생활이 가능치않자 마음 속의 혼돈을 정리하면서 돌아가는 빙의 모습이 애잔하다.

 

이런 모습에서 자유스러운 남성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물론 대선 후보자였으니 심정이 건실하고 강건했으면 모두에게 덕이 되었을 터인데 한없이 추락하여

재판정을 드나드는 안희정지사의 재판 기사를 보면 참 딱하다.  몇십년 쌓아온 결혼 생활과 가족 간의 신의를

조각조각 파탄낸, 안희정은  결코 원하지않았겠지만 결과에 그의 아내가 겪을 괴로움이

얼마나 참혹할지 누구도  알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