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생각

투명한 늦은 오후에

another woman 2018. 8. 12. 06:07









 

 

참 투명한 푸르른 하늘에 포근한 흰솜을어느 예술가가 흥에 겨워 이리저리 흩어놓은듯

하늘 전체가 푸르디 푸른 크리스탈 처럼 여겨집니다.

몸인지 마음인지 스스로가 공기의 입자처럼 가벼워져 하이얀 솜구름의 한조각이 되어

그 푸른 하늘 한 곳에 맴돕니다.

 

생은 언제나 옆구리 한구석에 찬바람이 들듯 형체를 알 수 없는 결핍감이

늘 허리부터 가슴까지 차올라왔습니다.

아마 저런 시골 오래된 가뭄으로 끝없이 샛누런 들판이 이어진 어느 농장가에 살며시 놓여진

물웅덩이에서 마른 목을 축이는 송아지가 늘 함께 지내던 엄마소가 언제부터인가 보이지않고

혼자임을 알게된 것과 같은 모습일까요.

송아지는 엄마소가 도살장으로 가버린 것을 알지못합니다.

이해되지않는 상황에서 몸 속의 시린 기운이 눈물 가득찬 선하기만한 눈망울로 슬프게 치오릅니다.

 

그 분께로 돌아가는 길의 여정은 인간들이나 동식물조차도 비슷한 모양을 하고있나봐요.

 

스쳐지나가는 지난 날의 삶들은 무성영화의 몇 장면이 되어 구름들 사이에서

얼굴을 내밉니다.

그 당시에는 결코 끝이 없을듯 때론 숨막히는 세월이었어요. 마음은 그렇다고 우기는데

정작 창공처럼 무한하다던 머리 속은 사진 몇십장 꽂혀있는 앨범처럼 경직되어

그간의 삶의 기억들이

실크 스카프처럼 한 손안에 쥐어집니다.

 

어느새 필름은 다 돌아가고 오직 주름투성이의 뇌 속 세포의 어느 한 조각에서 기억하는것만

몇몇 장면들이 언뜻언뜻 남아 , 이런 푸르른 하늘가에 작은 흰구름 조각들로 깃든

투명한 오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