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의 산책 2
오늘은 식목일이라서 버스를 타고 밖으로 나갔다. 산이 가까운 곳에 아무데나 내려
벌거벗은 논길을 따라 걷다가 마을을 지나고 산행을 하였다. 비닐 하우스가 많고
어느 곳은 비닐을 벗겨내는 곳도 있었다. 곧 봄이 깊어가고 여름이 다가오면
그 분이 주시는 은총인 찬란한 햇살과 따스한 훈풍으로 갖가지 과일들과
채소들, 곡식들이 자라날 것이다. 산기슭에 납작납작 엎드려있는 마을들은
초입에 개장들이 많다. 바깥에 있는 경우레는 줄로 목이 묶여있다. 짖거나
호기심으로 바라보는 그 눈길들에서 어떤 부분에서 참 연민이 느껴진다.
묶이고 갖힌 인생들. 개들은 철장에 갇히고 줄에 묶였으나 인간들을 가둔
철장들은 얼마나 견고하고 인간들을 묶고있는 그 줄은 얼마나 참혹한가.
그것들을 벗어나려 몸부림하는 우리들의 노력으로 얼마는 완화되기도하지만
대부분 더 깊은 수렁으로 들어가게된다. 산은 많은 것을 품고도 조용하다.
노루와 다람쥐나 갖가지 새들, 벌레들, 나무들, 꽃들, 묘지들이 이따끔 위로가
필요하여 산으로 찾아오는 인간들을 살며시 품어준다. 산에 오면 마음이 편하다.
인간들의 마음은 한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무슨 일이 생기면 그 일의 정도
문제나 그 당시 자신의 감정 상태에 따라 파도치는 것이다. 격노하기도하고
기뻐하기도 하고 인간의 몸 속에 있는 것들 중 가장 혹사 당하는 것이 마음이고
육신은 그 마음에 따라 모든 것들에 조건반사적으로 반응하며 온갖 희노애락에
시달리며 한 세상을 보낸다. 그 인간들이 삶에 지쳐 한 세상을 마감하면
산은 자신의 한 품인 그윽한 자락을 내어주며 거기서 편히 쉬라고 분봉도 허락한다.
산은 모든 것을 품어 감싸며 여전히 거기 버티고 든든히 서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