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고 쓰레기더미가 가득 차 묶인 연두색 봉지가 시든 백일홍 화단가에 피곤하게 기대어있는
골목을 찬 바람이 스치고지나던 오후 들린 책방에서 헨리 나우웬의
죽음, 가장 큰 선물이라는 책을 찾아내었다. 들뜸으로 그책을 들고왔지만
왠지 분주하여 손에 잡고 읽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딱히 말하면 감기가 잔뜩 들어 콧물과 기침으로 찬바람이 무서워 밖에 나갈수가 없자
손에 들게되었는데 번역이 잘되었고 나우웬의 차분한 분위기에 일사천리로 읽게되었다.
읽고나자 벽너머로 넓은 세상을 본듯,뭔가 확연한 그림이 그려지며
자신의 영적 감각이 정말 절벽이구나 인정해야만 했다.
책에 있는 짧은 동화를 소개한다.
어느 어머니의 자궁 속에 이란성 쌍둥이가 있었다.
여동생이 오빠에게 난 말이지, 태어난 후에도 삶이 있다고 믿어.
오빠는 격렬하게 반대하며 절대 그렇지않아 여기가 전부라니까.
여기가 어두워도 따뜻하지. 또 우리를 먹여주고 살려주는 탯줄만 잘 붙들고
있으면 딴 일을 할 필요도 없다구. 여동생도 굽히지않았다.
이 캄캄한 곳보다 더 좋은 곳이 있을거야. 어딘가 다른 곳 말이야.
마음껏 움직일수있고 환한 빛이 비치는 곳이 반드시 있을 것이야.
오빠를 설득시키지못한 여동생이 다시 말했다.
오빠는 안 믿겠지만 말이야 난 엄마가 있다고 생각해.
쌍둥이 오빠는 화가 나서 오빠라고 소리를 질렀다.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나나 너나 엄마를 한번도 본적이 없어.
어떤 놈이 그런 생각을 불어넣는 거야. 여기가 전부라는데 왜 늘 그 이상을
바라는거야. 이곳도 알고보면 나쁘지않아. 필요한 것이 다 있고.
그러니까 여기에 만족하도록해.
오빠의 기세에 눌린 동생은 다시 입을 열었다.
가끔 무언가 꽉 조여오고 기분이 나쁘고 아프지않아.
나도그래. 그런데 그것이 어때서?
내 생각에 이 꽉 조이는 게 다른 곳, 여기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곳,
엄마의 얼굴을 보게될 곳으로 가라고 준비하라는 표시인 것 같아.
오빠는 동생의 말을 무시하고 자기를 제발 내버려두기만을 바랬다.
그는 이 동화가 죽음이란 하나님의 얼굴을 맞대고 볼수있는 곳으로 가는
고통스럽지만 복된 통로로서 죽음을 새로운 방식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죽음이 인간의 어떤 행위보다 더 인간다운 행위가 될수 있는가.
죽음이 하나의 성취가 될수는 없는가.
그는 공동체 안의 모우라는 장애인의 죽음으로 장례식 장에 가는 것으로 책을 시작하였다.
모우는 심한 장애라는 자신의 연약함과 부족함을 통해 공동체를 이루도록 했는데
장례식장에 남은 자들이 그를 추억하며 아름다운 기억과 치유가 일어났다.
그의 죽음으로 모든 인간의 삶은 죽음으로 통하며 죽음은 새로운 삶으로 통하는
길이라는 것을 발견하고 잘 죽기위해 몇가지 생각들을 적었다.
하나님의 어린 자녀가 되어 사람에게 도움을 받아야하는데
하나님의 영적 상속자로서 죽음의 문턱을 넘어야한다.
인간은 하나님의 자녀로서 모든 인간적인 의존이 신적인 의존에 깊이 연결되어
죽음이 크고 방대한 삶의 방식의 부분이 된다. 사람은 힘없이 태어나 힘없이 죽어가는
존재다. 그러나 죽음을 통해 이땅의 모든 사람들과 손을 잡고 새로운 삶을 향해 간다.
그는 인간의 일생 중 죽을 때 살아있던 어느 때보다 타인들과의 친교를 중요시한다.
좋은 죽음은 사람들에게서 분리가 되는 것이 아니라 결속하고
일치가 됨으로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셈이된다. 출생전이나 출생후나
하나님께 속하여 다 같이 출생과 죽음을 거쳐 삶을 마감하는 것이 아니라
형제와 자매로서 새로운 삶으로 향하는 여행을 한다. 죽음을 잘 맞도록 서로 돕고
지금 죽어가는 일은 후세대가 어떻게 죽음을 준비해야하는 가를 가르치는 일로
죽음은 사랑하는 사람을 홀로 두는 것이 아니라 더 강하고 깊은 결합을 하도록한다.
예수님은 비통과 슬픔에 찬 자신의 죽음을 은총과 약속과 소망이 가득 찬 것으로
선포하시고 진리의 성령을 보내어 열매를 맺으셨다.
인간이 육신을 입고 살았을 때 서로를 향한 인간들의 사랑이나 후세를 위한
사랑마저도 한순간의 경험이 아니라 시공간을 초월하는 영원한 실재임으로
죽어가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유익을 주어 열매를 맺어간다.
하나님의 자녀들은 예수님처럼 부활로서 그들의 삶은 시공간에 매이지않고
존재의 한계를 뛰어넘어 이미 세상에 없는 나우웬의 어머니가
나우웬에게 열매를 맺듯이 죽은 자들은 산자들의 삶에 계속 열매를 맺어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