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생각

라스베가스로 가는 길

another woman 2008. 6. 21. 02:40

15번 국도로 달려간다.

라스베가스로 가는 길은 사막 가운데 일직선으로 한없이 뻗어있다. 사막에는 키가 크고 작은

죠수아 트리라고 불리는 선인장들만 끝없이 자라고 있다. 죠수아라고 불렸던 �년의 러브스토리가

이 나무 이름의 유래라고 하는데 멀리서 보면 큰 선인장 나무는 마을 초입에서 누군가를 한없이

기다리고 있는 모습으로 보인다. 그 먼 옛날 많은 중국인들이 미지의 

낯선  땅으로 오로지  부자가 되고자 꿈을 가지고 미국 대륙으로 건너왔다.

수없이 많은 중국인들이 사막의 열사에 검게 구워지며 수많은 사고와 피 흘리는 노고로 산을

깍고 사막을 가로질러 끝없이 이어지는 길을 만들어내며 이곳에서 생을 마감하였다.

열악한 환경과 고된 노동에 지친 중국인들은  밤이면  마작을 하며 타향의 설움을 달래었다.
재물을 안쓰고 모으는데 탁월한 인내가 있는 그런 중국인들의 돈을 앗기위해 마을 초입에

 아주 작은  카지노가 세워진 것이 오늘 날의 라스베가스의 시초였다고 한다.

새끼 라스베가스는 낮에 보면 해골이고 밤이면 사막의 가운데 휘황한 불빛으로 그 존재를

드러내다가 점점 도시가 켜져가며 오늘의 모습을 이루었다.

어느 정도 돈을 잃은 경력이 있는 상습 손님들에게는 머물고 싶은 날짜만큼  호텔 객실을

내주고 갖가지 요리들로 테이블마다 가득 한 부페 식당도 게임기에 털어넣은 돈 액수에

비례하여 거의 무료로도 대접을 받는다. 흰구름이 떠다니는 하늘을 배경으로 유럽식의 작은

아름다운 가게들에는 갖가지 파티복이나 장신구와 구두나 선물들이 들뜬 관광객들에게

선택되기를 기다린다.

게임기 앞에 앉아 게임을 하면 넙적다리를 다 드러낸 미모의 아가씨들이 일달러의

팁만 내면 어느 종류를 불문하고 주문하는 술이나 칵테일들은 얼마라도 공짜이며, 아름다운 미소와

함께 건네준다. 끝이 보이지않을 정도의 실내에 가득 찬 게임기들과 여름 관광객들로

가득 차있지만 어디라도 어둡거나 불순해보이는 장면은 적어도  외부적으로는

보이지 않고 진지하지만 때론 고달픈 일상을 도피하기 위해 일탈을 시도한 사람들이

호텔의 카지노나 수영장으로 모여들고 있다.

 

단장을 쥐고 흰 면모자를 쓰신 어머니는 이번 게임이 두번 째라고 하신다.

아버지 계실 때 병환이 나시기 전에 rsl 클럽에서 닭 튀긴 것과 콜라를 마시고

게임을 한번 하신 적이 있다고 한다. 어머니는 게이샤 게임을 좋아하시고

이십 불인가 따셨다가 다 잃으셨다. 그 다음 한번 더 하시고 이십 불 쯤 따시더니

이젠 그만하겠다 하신다. 가만히 보니 기계는 처음에 어느 정도 돈을 따는 것처럼

보이게하고 그 다음은 요지부동 내리막 길이다. 어머니도 금새 깨달으시는

그 사실을 사람들이 모르지않을 텐데도 마지막 페니까지 탈탈 털려야 기계 앞을

떠나는 것이 참 신기하다. 금지된 여자에게 홀린 남자들이 마지막 까지 탈탈 털리면서도

그 여자에게  집착하는 것도 마찬가지 논리일까. 잘 이해가 안가지만

세상에는 이해관계로 납득안되는 것이 많은 것 같다. 빈손이 되도록 다

털리고나서 느끼는 평안함과 해방감이란 것도 있다는 것이 묘하다.

아마 그것이 카지노가 주는 신기루 인지도 모른다. 미국 정부는 일점오 킬로 안의

인디안 레저베이션마다 카지노를 세우고 그 배당금의 삼십 프로를 인디언들에게 배당금으로

준다고하는데 인디언들은 그 돈을 다시 카지노로 들고와 다 잃고 가므로 그 이익이

너무 막대하여 정부 자신이 카지노를 세우는데 아주 적극적이라고 한다.

그 정부의 도덕성은 쇠고기 수출 문제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나있으니 놀랄 일은 못되겠다.

 

우리들의 마음에도 어느 구석엔가 풀한포기 자라기 어려운 사막 지대가 있고

그 중간에 밤이면 불빛이 휘황찬란해지며 어느 일탈을 꿈꾸며 열망하는

라스베가스 같은 곳이 있는지도 모른다. 기회가 되면 자포자기가 되면

술이 깨거나 제 정신이 들면 후회를 할 망정 달려가서 궤도를 벗어나고자하는

숨은 라스베가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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