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가슴 속 척박한 그 곳에 당신이 뿌린 한 씨앗이 깃들어졌습니다.
그 씨앗은 자라서 주위로 번져나가며 당신에 대한 그리움을 키워나갔습니다.
당신에 대한 그 연정으로 인하여 스스로 혼자 바람에 흔들리며 이리저리 쏠리며
가슴 속은 한시도 편할 날이 없지만 그 흔들림으로 인하여 줄기들은 더욱 강해지며
꽃은 희고 부드럽고 가볍게 피어났습니다.
깊은 산 속에 연하여 있는 억새 벌판이 이 가슴 속에 있습니다.
당신이 외면하며 척박해진 마음의 벌판에 당신을 향한 내 마음은
스스로 자라서 이렇게 퍼지고 번지고 당신을 향하여 헤아릴 수 없는 수의
작디작은 흰깃발을 흔들어댑니다. 이 작고 흰 깃발의 나붓낌은
검고 깊은 밤에도, 이가 시릴듯 하늘이 파란 대낮에도 멈출줄 모릅니다.
내 가슴에 있지만 당신을 향한 마음이 번지게하고 피운 이 억새풀들의 군락지는
이제 내 자신의 영역 밖이 되었습니다. 이쯤에서 돌아서자 이쯤에서 그만
시들어버리자 생각해도 이제는 어쩔 수가 없습니다.
당신이 이 곳을 한 번도 바라봐주지 않더라고 당신이 있는 곳을 향하여
우러러보며 흔들어 대는 이 가슴의 설레임과 손 흔듬은 멈춰지지가 않습니다.
자신의 씨앗이 뿌려진지도 모르는 매정한 당신이 한번도 고개를 돌려
바라보아주지 않아도 스스로 그 그리움에 터질듯 가득 차서
깃털 처럼 날개짓을 멈추지못하는 내 자신의 가슴을 깊은 산 웅덩이에
비친 산그림자를 바라보듯이 가만히 바라보는 이 한낮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