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선물 받은 작은 언니의 그림이다.
밖의 온도가 삽십 이도를 가리킨다. 며칠 전만 해도 비가 잦고 추워서
움추려들더니 어느 사이에 햇빛은 열기를 한이 없을 듯 더해가고,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른다. 원래 땀이 흐르는 체질이 아닌데도 세월이
흐르면서 체질도 변하는지 올해는 땀이 흐른다. 누군가를 기다리느라
교회 마당에 쪼그리고 앉아 잡초 몇개를 뽑고 일어나는데 머리 속이
완전히 암흑이 되면서 눈 앞이 캄캄해진다. 케냐에 머물 때 하루 밤,
몇 번이고 전등 불이 나가면 이렇게 앞이 캄캄해졌던 생각이 난다.
그런데 머리 속은 왜 완전히 암흑이 되어 쓸어지려하는지, 이 여름을
어떻게 날지 막막하다. 애완용 개 판매점에서 쪼그리고 앉아 귀여운
강아지들을 한참 보다가 일어날 때도 이렇게 암흑과 부딪쳤었다.
기후가 조금만 변하여도 절절 매는 자신을 보면서 어쩌면 이렇게
나약하고, 나이가 들수록 뭔가 부족한 것들이 더욱 많이 느껴진다.
옛 그림들에 나이 든 분들의 현자같은 얼굴과 품위있는 분위기에
노년은 저렇게 고상하고 현명한 모습으로 찾아오는 것으로 알아,
빨리 나이 들고 싶었던 젊은 날이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자신의
사고에도 자기 중심으로 스스로가 모든 것을 판단내리는 경향의
오해가 많은 것을 알겠다.
스스로에게 붙은 많은 군더더기들을 정리하고 싶다. 스스로와 주위에 대한
감정이나 생각이나, 살림을 정리하여 단촐하게 만들듯이 마음과 머리 속을
정리하여 단순하게 하고 싶다. 이 여름을 더위에 시달리지않고 나름 선선하게
보내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으리니, 마음에 해변 바윗가에 굴껍질들 처럼
들러붙은 바람직하지않은 모습의 감정의 찌거기들을 덜어내고, 아버지의
뜻 안에서, 그림 속의 꽃과 과일처럼 정결한 삶을 이 여름에는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