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생각

더위

another woman 2011. 2. 3. 07:08

 

깊은 밤 츄이가 짖어대어, 이웃 사람들이 걱정이 되어 뒷마당에  나가서 같이

얼마간 지내느라 잠을 설쳤다. 검은 하늘을 배경으로 보석같이 빛나는 별들이

나뭇가지  사이로 보였다. 바람 한점 없이 정지된 숲의 모습은 그로테스크하기

까지하다.  낮에는 차들이 그렇게 많이 달려도 큰거리의 찻소리들이 안들리는데

밤에는 뜸하지만 지속적으로 찻소리가 신경에거슬린다. 이 길을 따라 달리면

퍼시픽 하이웨이와 만나고 그 길은 저 북쪽 퀸스랜드와 다윈까지 뻗어있다.

집채 몇채라도 실을듯 대형 트럭들은 깊은 밤 미친듯 달려간다. 트럭 운전사들은

몇 달이나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때론 마약도 복용해야 길에서 사는 자신들의

인생을 버틸수 있다고 한다. 어느 한 지점을 정하여 부인들은 자신의 남편을

만나러간다. 길 중간 어디쯤에서 짧은 해후 뒤 급히 자신들의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는 남편의 트럭을 바라보다 아이들이 있는 집으로 돌아 온다고 한다.

그 트럭들은 재해를 만난 퀸스랜드에 물자를 공급하기위해 끊임없이 밤을 새워

달려간다. 그윽한 밤공기는 설레이며 파문을 지어 이 안동네 마당까지

그 소리가 들려서 잠을 설치게 만든다.

 

츄이는 달래도 자꾸 사방을 바라보며 짖어대고,  그 애는 삼 주 미국 여행에서 돌아온

아들을 알아보고 밤새 잠을 안자고 흥분해있었다. 이거 먹이면 된다 안된다, 그 말들은

잔소리처럼 들리는데 츄이에 대한 사랑은 극진하여, 지금 자기의 아이를 낳아 돌볼

나이지 이거 원.

 

새벽이 겨우 물러간 이른 아침인데 무성하기만한 은사시 나뭇잎들을 뚫고 쏟아져내리는

햇살의 강도가 대단하다. 사하라사막의 열기가 이정도 일까, 어제는 삼십 육도를 오르

내렸고 서쪽 지역은 사십 삼도까지 올라갔었다.  오늘은. 슬글머니 겁이 난다.

너무 추워도 괴롭겠지만 너무 더워도 힘이 든다. 생물학적으로 생존하는 것에 절절 매는

모습이 역시 동물적인 느낌이 든다. 문 앞에 지붕이 만든 한 뼘 그늘 탓인지 열쇠로

도어를 열려다가 수 많은 벌떼들이 윙윙거려 놀랐다. 그들도 더워 방황하는듯

공격은 없었고  스트라타에 신고하기 전에 물러갔다. 퀸스랜드에는 야지라는

사이클론이 목요일 전후로 덮칠 예정이라 병원 환자들이 도피를 하고 모래 백을

쌓고 만반의 준비들을 하고있다. 만 여채의 가옥 손실로 재해의 비극을 겪은지

얼마 안되는데 또 사이클론의 습격이라고 긴장을 늦추지않고 있다.

빅토리아주에는 팔천헥타의 야생숲에 산불이 나서 그 더위에 타오르는 불길과

열기를 보는 것은 기이한 느낌을 준다.

 

 

츄이가 혀를 빼물고 허걱거리는 것을 보면서, 에어콘을 놓아야하지 않을까 이제서

생각이 든다. 서울에서 최신형으로 에어콘을 설치하고  몇 번 쓰지도 않고 설치를 위해

벽에 구멍만 낸 것이 집을 망가뜨린양 하던 것이 아깝던 것이 돌이켜진다. 며칠이면

이 광폭한  침략자는 물러가지 않을까. 언제 쳐들어 왔는지 저도 나도 모르게,

썰물이 빠지듯이 새벽 미명에 어둠이 물러가듯이, 마음을 끈질기게 짓누르던 불행감이

책 어느 페이지의 한 구절이 되어 과거형의 단문으로 나열되듯이.

그런데 여기서 겪는 이런 느낌은 왠지 어느 장소에서 어느 시간에 똑 같은 것을

겪었던 느낌이 난다. 나날을 지나는 것이 바람벽을 통하여 이 곳 저 곳을 가지만

결국은 한 자리에서 한 모습으로 살고있는 것인지, 이 생에서의 우리들의 방랑과

방황은 절실하고  절박하지만 소나무 밑에 앉아 가무를 즐기던지 고옥에 앉아

서책을 읽던지 그저 한 모습으로 동상의 모습으로 고정된 아주 오래된 그림

속의 주인공들이 결국 우리들의 모습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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