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 은행 카드에서 누군가가 돈을 빼갔다고 한다. 바쁘기도하고
또 세일 폭이 큰 인터넷 쇼핑을 잘하는 그녀는 그것 때문인지 알았다.
은행에서는 돈을 빼간 곳이 미국이라고 한다. 일월 말 미국 아리조나주
국립대학에 학회에 참석한 후 로스안젤레스에 있는 친구들을 만나느라
미국에 이주 이상 머문 딸이 비행장에서 한번, 머무는 호텔에서 한번
에이티엠을 사용했다고 하는데 그 곳에서 문제가 발생한 모양이다.
사고 경위를 확인한 후 전액 돌려준다고 은행에서 통고가 왔다.
어디 가서 공인된 은행의 에이티엠이라도 안심하고 돈 인출하기가
겁나는 세상이다.
오늘 아침 인터넷에 들어가니 알만한 기관에서 몇 구절의 말씀을 보낸 후
앞으로 말씀묵상을 발송할 것이니 개인 정보 확인을 요망한다는 메일을 보고
며칠 전 아이의 사고가 생각이 났다. 말씀 묵상은 전도 차원에서도 누구에게나
보낼 수도 있는 일 같은데도 개인 정보를 요청하는 것을 보고 다움에서 블로그에
사진을 올리면 호빵을 보낸다고 개인 정보를 기입하라는 화면이 몇날 며칠이나
떠올라 내심 좋은 생각이 들지않았던 기억, 컴퓨터만 키면 신라면의 당첨권에
당첨되었으니 개인 정보를 기입하라던 화면 그런 것들이 잇달아 떠오른다.
관심도 없어 그냥 넘어가지만 매번 그것을 삭제해야만 다음으로 넘어가는
것은 유쾌할 수 없었다.
칼도 총도 들지않고 얼굴도 모르는 어디에 있는 누구인지도 익명의 괴한에게
자신의 것들을 강탈 당할 수도 있는 세대, 어리숙하거나 조그만 부주의로도
큰화를 당할 수 있는 세대에 살고 있으니 다음 세대들은 기계에 더욱 익숙하고
더욱 영악스러워져야만 이 한 세상을 살아나갈 수 있는지도 모른다.
구제역으로 묻은 소 됀지들이 악취를 발하면서 수자원이 오염될지도 모른다는
뉴스를 보며 아직 여름도 되지않았는데, 우울해진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이 다음 세대의 윤곽이 낙관적이지않음에도 푸르른 소망을
가져야한다는 압박이 이 사회의 이런 저런 아름다움이 아직 남아있는 곳을
찾아 마음을 쓰게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