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반절 만한 크기의 흑백 사진인데 애착이 가는 사진이라
액자에 껴 책상에 올려놓았다. 젊은 시절의 부모님이 부산의 광복동 길을
걷는데 누군가가 찍어서 준 사진이라 들었다. 그 때 나는 네, 다섯 살은
되었을터니 어머니 등에 엎힌 아이는 아마도 세살 터울의 남동생이지 싶다.
여고를 졸업하시고 잠간 교직에 계셨던 어머니는 아버지를 만나고 스무 살에
큰 언니를 낳았다. 일제 시대부터 육이오 전쟁 등 이야기가 많은 한 세상을
사신 아버지는 몇 년 전 가시고 어머니는 며칠 전 팔십육의 생신을 지나셨다.
사진 속의 젊은 어머니 저 나이때 나는 두 아이를 데리고 멋모르고 호주로 왔다.
돌아보면 별 굴곡 없이 살았지만, 그래서 지나간 생이 더 화살처럼 지나간듯
느껴진다.
한 달 전 내겐 첫 손자가 생기고, 어머니께는 다섯 번째 증손자가 생긴 셈이다.
한 세대가 가고 또 한 세대가 온다. 오고 가고 가고 오면서 이어지는 우리들의
삶 속에 끊이지않고 흐르는 삶의 축복이 이렇게 태어나는 새 생명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