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아직 물러가기 싫어하며 머뭇거리는 어느 한 날,
햇살이 살그머니 따스해지는 아침무렵,
고요한 공기가 갑자기 흔들리며 봄 꽃들이
연분홍 진분홍으로 어우러져
수런수런 피어났다.
그 지순하고 아름다운 연분홍꽃 빛갈이
눈시울에 살폿이 어리는 순간
차고 매서우며 강한 겨울 바람에 시달린 마음이
어디론가 사라져,
숨어버렸다.
잎이 미처 돋아나기도 전에
이렇게 곱게 피어나서 한 겨울에 지친 마음들을
위로하는 손길을 가진,
어진 가슴을 가진,
그 분의 피조물에 대한 불타는 사랑이
이렇게 꽃으로 깨어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