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간만에 책이 생겼다. 기욤 뮈소라고 들어보지못한 작가이다.
아주 유명한 작가인가 본데 신작을 구하기도 어렵고 왠일인지 마음이
멀어진 탓인지, 그러나 반갑게 읽어내려갔다. 책이 내용이 특이하여
재미있고 해피엔딩이라 부담없이 읽어져서 그 시간동안 즐거웠다.
주인공인 나는 유명한 작가로서 부도 쌓고 명성도 있는데 프랑스인
피아니스트인 오르르와 헤어진 후 슬럼프에 빠져 더이상 글을 쓰지못하고
수면제 진정제 등등의 약에 의존한채 칩거 생활이 몇 달째 계속되고 있었다.
천사의 삼부작은 이부까지 진행된 후 아직 삼 부는 집필도 되지않은
상태인데 출판사에서 실수로 책을 발행하여 이부 미완성으로 출간된
책을 한 권만 두고 회수하여 파본하였다. 그런데 미수된 그 한권의 책에서
소설 안에서 엑스트라의 역활을 하는 빌리라는 여자가 나타났다.
빌리는 자기가 미완성소설의 백지에서 태어난 여자 이고 소설이 완성되야
자기가 소설 안의 자기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음을 주장하였다.
자신의 매니저인 어린 시절의 친구 마이클은 주식투자의 실패로 인하여
그와 작가가 모두 빈털털이가 되고 막대한 부채가 생겼음을 통고한다.
작가는 그 어떤 일에도 마음이 소생되지않고 죽음의 상태에 웅크리고
있다가 종이에서 태어났다는 빌리와 여러가지 일을 겪으면서 그녀를
사랑하게되고 마음이 회복되어갔다. 빌리가 죽을 고비를 맞자 그녀가
현실세계에서 죽어 그녀가 속한 소설의 세계로 돌아가지못할까바
서둘러 삼부작을 집필하며 빌리가 원하던 환경으로 내용을 고쳐가며
완성해간다. 그것이 끝난 날 빌리는 사라지고 소설은 또 돈방석에
앉게되어 작가와 매니저는 부채를 다 청산하고 다시 부자가 된다.
어느 날 마이클이 빌리가 소설에서 태어난 종이여자가 아니라 실제의
인물이라고 고백한다. 삼류 모델인 그녀가 작가가 묘사한 빌리와
흡사하여 종이에서 태어난 여자의 역활에 만오천불을 주고 거래를 했다고,
그런 길만이 심령이 죽어가는 친구를 살릴 것 같았다고, 작가는 자신과
재결합하기를 원하는 오르르를 버리고 빌리를 수소문한다. 그녀는
돈때문에 그 일을 시작했으나 작가를 사랑하게되어 연기자 학교에
다니며 새 길을 걷고 있어, 작가와 행복의 재회를 한다.
복선이 가지가지로 깔리고 등장인물도 개성이 있어 이야기 내내
어떤 박진감이 있었다.
인간의 가슴에는 영혼이 있고 마음에는 심령이 살고 있어 그 영혼과
심령이 시들면 그늘과 어둠과 살며 죽음에 가까이 가게된다. 신체적으로
살아있을뿐 실상은 죽은 자처럼 창마다 내려진 블라인드 뒤에서 약물에
의존하여 사는 목숨은 살아있으나 죽은 목숨이다. 주인공인 나는 다행히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게되고 상대를 사랑하고 그 상대를 위하여 무엇인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으로 자신의 심령이 다시 되살아나게 되었다.
재물이나 사랑이나 얻는 것도 어렵지만 일단 얻고나면 지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재물은 더욱 불리려는 욕망으로 날라가기 쉽고
사랑은 삶의 다사다난함과 일상의 무미건조함의 반복으로 사라지기 쉽다.
영원을 맹세한 사랑이라도 어느 날인가 빛바랜 명주처럼 제 색을 퇴색하고
서로를 원망하며 헤어지는 날이 오거나 곁에 있어도 목석처럼 지낸다.
갖가지 이유로 이리저리 변하는, 사랑을 맹세하는 순간은 진실이었을지라도
결국은 세월에 흔들리며 변하고마는, 이 세상의 것들이 우리들의 심령을
파수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사람들은 듣고싶어하지 않지만 영원히 자기의 자녀을 아끼는 부모님의
사랑과 유사한 그 분의 사랑만이 우리들의 심령을 단단히 지키는
파숫군이고 그 사랑을 믿는 그 자녀들의 영혼은 나날이 건강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