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색 자카란다는 어디서도 본 적이 없는데 우리집 마당에 있다.
키가 너무 커서 올려다보면 나무가 곧게 하늘로 쭉 뻗어올라가고
잎들만 보여서 사진은 바람이 불어 마당에 낙하한 꽃잎만 찍었다.
보라색 꽃나무들은 동네의 작은 쇼핑센타에 핀 모습들이다.
비가 오락가락 뿌리던, 며칠 전에 찍은 사진들이다.
올해도 때가 되니 어김없이 자카란다가 현란하게 피어난다.
정직한 자연은 아무 말을 하지않아도 시절마다 자기의 본분을 묵묵히
수행한다. 자카란다가 피고 지고 몇 계절이 지난 후 다시 피어나면 오오 또
일년이 지나갔구나 서글프게 감탄한다. 한 해의 시간이 흐르는 마디를 밝은
청빛 보라의 꽃들이 피고지고가 왠일인지 이 곳에서 한 해를 마감하고 시작하는
척도가 되었다. 서울처럼 뼈 속까지 추워지면 흰 눈이 펑펑나리는 그런 감동이
없는 나라, 봄이 여름같고 여름이 겨울같고 가을이 봄 같은 동네에 살다보니
억울하게 세월이 하마 이렇게 빨리 흐르는지도 눈치 못채게 시간은
저만치 가고 나이가 들었다. 그래서 동네마다 자카란다가 흐드러지게
피어나면 오 또 한해가 가버렸네, 매몰차게 가버린 그 한 해에 마침표를
찍으려니 올 한 해를 보내면서 있었던 일들이나 사람들에 관해
이런 저런 생각이 자꾸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