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생각

김수현의 원고료

another woman 2012. 10. 11. 09:37

 

김수현의 무자식 상팔자라는 원고의 일회용 원고료가 일억원이라고 화제가 된바가 있다.

옛날, 아직 교복을 입던 시절 저 눈밭의 사슴이라는 작품으로 그녀가 데뷔했을 때 그것을 보고

참 좋았고 주인공을 했던 장미희도 팬이라고 자처하며 그녀를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그 작품 이후로 김수현은 작품마다 히트를 치며 속이 시원해지도록 그 시대마다 사회상의

부조리 등을 끄집어 내었고 표현력도 톡톡튀며 싱그러워서 단연 인기작가들 중에 으뜸이었다.

그녀의 고료는 회당 오천만원, 육천만원을 하다가 이윽고 일억에 이르렀다.

사람들은 30회 한 작품의 30억 고료와 돈 한푼 못 받아도 자신의 작품을 읽어줄 곳을

찾아 헤매며 차삯이 없어 한없이 걸어야하거나 굶어야하는 무명 작가들을 떠올린다고 한다.

얼마전 일이나 굶어서 죽은 어느 여류작가의 기사를 기억하고 있다. 국민 작가인 김수현을

비난할 수 없지만 솔직히 어느 때부터인가 그녀의 주인공들은 말장난에 가까운 대화들을

나누기 시작했다. 차마 보기 싫어질 정도로, 때때로 역시 김수현이구나 감탄이 되는

대화도 있었으나 가슴의 깊은 곳에서 나오는 진정성보다는 시대와 현실 감각에 맞추어

영민하고 날카로우나 표면에 머무는듯해서인지 어느 때인가부터 그녀의 드라마를 보지

않았고 더이상 볼 기회도 없었다.

 

보통 사람들이 몇년을 죽자사자 일해도 모으지못하는 돈을 한 회당 받는 그녀를 그 고료가

시들게하는 길로 인도하지 않을까 쓸데없이 우려가 된다. 정상에 올라가면 당연히 내리막 길을

걸어야하는 우리네의 원리를 그녀라고 딱히 벗어나지않을 것이기에. 한 사람이 사고하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 한계가 있는데 그 한계를 초월하여 계속 오랜 기간 독주하고 질주하는

그녀를 찬탄하나 다작이 지닌 함정을 그녀라고 벗어날 수 없으므로 표피적이고 감각적인

언어의 유희로 당연히 빠져들게되는 것이다. 그런 면이 결코 그녀에게 좋은 것은 아닐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병폐가 부익부 빈익빈으로 특히 우리들의 사회에서는 더욱 두드러지는

현상이지만 적어도 글을 쓰는 사람들의 세계에서는 같은 꿈을 갖고도 밑바닥에서 허덕일 수

밖에 없는 많은 사람들을 기억하고 손길을 내밀어 함께 그꿈을 이루도록 나갈 수 있는

사회가 된다면 바라는 것이 너무 허황된 바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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