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야기

목로주점

another woman 2013. 6. 27. 03:17


목로주점은 자연주의 작가로 알려진 에밀졸라의 대표작이다. 에밀 졸라는 1840년 생이다.

그의 대표작으로 목로주점, 나나, 루공마까르 총서 등이 있다.  책을 덮고 웬지 마음이 언짢아 

글이 써지지 않았다.  목로주점(Assommoir)이란 짐승을 도살하는 용도의 몽둥이를 뜻하면서,

또 불순한 술을 파는 술집을 칭하는 단어라고 한다. 


금발의 미녀로 절름발이인, 세탁부 제르베즈는 14살 때 랑띠에와 사귀게되어 두 아이를 낳았다. 

모자장수인 랑띠에는 다른 여자에게로 가버리고 제르베즈는 두 아이를 데리고 열심히  살았다.

그녀의 평생 소원은  일하고 굶지않고  매맞지않고 살다가 자기의 침대에서 죽는 것이었다.

함석장이 꾸보가  제르베즈를 사랑하고 구혼하였다.  그녀는 처음에는 거절하다가 그의 열성에 감동하여

결혼하고 딸 나나를 낳았다. 두 사람은 열심히 살았다. 제르베즈는 자기를 사랑하는 구제의 제안을

받아들여 그가 꾸어주는 돈으로 세탁하는 가게를 차려서 열심히 일하여 돈을 모았다. 어느 날 꾸보가 

지붕 위에서  자신의 일터로 마중나온 딸과 아내를 바라보다 추락하여 심한 부상을 입었다. 모두 다

그가 죽을 거랬지만  제르베즈는 그동안 모은 돈을 다쓰며 지극정성으로 그를 살려내었다. 

꾸보는 회복기가 오래가자 술을 마시며 빈둥거리는 습관이 붙기 시작하여 몸이 낫고도 툭하면 

술에 빠져살고 일을 하지않게 되었다. 일하지않는 시간이 더 즐거워졌다. 더구나 마시고나면

어디론가 날아갈듯이 기분이 좋아졌었다. 제르베즈의 세탁소가 돈을 잘번다고 소문이 나자 

랑띠에가 얼씬거리다 꾸보와 절친한 술친구가 되어 너나하더니 꾸보의 제안으로 아예 제르베즈의

들어와 살았다. 두 남자는 가게에서 버는 돈을 먹고 마시는 것으로  열심히 써버렸다. 이윽고

그들의 시중에 지치고 가게도 사향길로 들어서자 제르베즈는 자기도 먹고 마시는 것에만 열심이어

점점 뚱뚱한 알콜중독자가 되어갔다. 결국 가게는 다른 여자에게로 넘어가고 두 남자의 등쌀에 괴로움을

겪는 그녀에게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하는 구제는 둘이서 다른 나라로 가자고 제안하나 그녀는 거절한다.

나나는 집을 나가 천한 생활을 하는데 말리는 제르베즈에게 엄마가 아빠가 술에 거꾸러지는 밤마다

랑띠에의 침대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자란 나라고 소리친다. 랑띠에는 가게를 넘겨받은 여자와 정을 

통하고 그녀를  뜯어먹고 살기 시작했다.  꾸보는 심한 주정뱅이가 되어 시체가 된듯 지치면 

시립병원에  입원했다 조금 나으면 퇴원을 하는 생활을 반복하며 더욱 강한 알콜에 탐닉해갔다.

아무도 돈을 벌어오는 사람이 없어 집안의 모든 물건들은 전당포로 흘러가고 굶주림의 나날이 흘러갔다. 

배고픔에 지쳐 먹을 것을 호소하는  그녀에게 꾸보는 몸이라도 팔라고 소리치고 그의 말에 화가 난 

그녀는 밤거리에서 정말 몸을 팔려 이 곳 저 곳을 헤매나 아무도 상대해주지 않았다. 그러다 그녀가 잡고

구걸한 상대가 구제임을 알고 소스라치게 놀랐으나  그는  제리베즈를 집으로 데려가 식탁을 차려준다. 

그의 식탁에서 눈물을 흘리며 음식을 가득 먹은  그녀가  몸으로 댓가를 지불하려자 구제는 머리에 

그녀의 머리에 살짝 입을 마추고는 돌아서 대성통곡을 한다.  이후 그녀는 

가슴의 괴로움 때문에 몇 스우라도 생기면 싸고 독한 술을 마시고 술을 찾아 헤매었다. 

신경계에 이상이 생긴  꾸보는 시립병원에서 며칠이나 미친듯 춤을  추다 결국 죽었다.  누이들은 

그의 죽음의 소식에 어깨를 으쓱이며 그래 주정뱅이가 하나 더 죽었을 뿐이야 하고 말았다. 

지하 골방에 거주하며 썩은 음식조차 매끼니 먹지못하고 비참하게 얼마를 더 살던 그녀는 

죽은 지 며칠 만에야 발견되었다.  그녀는 소박하기만한 자기의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죽었다. 

계속 굶고 매를 맞고 죽을 때조차 자기 침대에서 죽지 못했다. 동네 사람들은 한동안 그녀에 대해

떠들다가  사라져가고 오직 장의사인 비비 영감만이  그렇게 죽고 싶어하던 예쁜  색시 당신은 

이제야 행복하게 되었으니 푹 자라고 애도하며 묻어주었다.



마지막까지 읽고도 뭔가 쓸 마음이 안생기도록 슬픈 이야기였다. 꾸보는 열심히 집 짓는 일을 하고

제르베즈는 열심히 빨래를 하며 누구보다도 활기찬 생활을 하던 그 사람들이 그런 말로까지

가는 과정이 너무 잘 묘사되었다. 안좋은 습관이나 성향이 천천히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게

병들고 좀먹어 들어가는 과정이 십여년에 걸쳐서 시나브로 진행되어 그사람이 완전히 벌레처럼

파멸에 이르도록 한다. 얼마나 천천히 스스로를 파먹어 가는지 자신들은 깨닫지도 못하지만

생명을 파괴하는 그 힘은 무엇보다 끈질기고 은근하며 집요하다. 완전히 썩어 숨이 끊어질 때까지

물은 것을 놓치않는 그 악한 것을 단절하려면 스스로, 그 자신이 결단하여 행해야는 것 외에

길이 없으나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그런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 때때로 성실한 마음이 생겨도

다시 마시는 싸구려 알콜에 모든 귀한 것을 빼앗겨간다. 오랜 세월에 걸쳐 대물림 되어온 노동자들과

하층민 계급의 가난과 비참함은 결국 혁명으로 이어졌지만, 스스로 자연주의자이라는 에밀 졸라는

유전적 성향과 환경적 성향으로 분석했다. 가난으로 뭉쳐진 아파트 안에서 흐릿한 불 빛아래

욕설과 매질 속에서 살아가는 가족들이 아무리 발버둥쳐도 그것을 벗어날 수 없는 환경과

그런 변함없이 비참한 환경에 지쳐 알콜로 빠지거나,  탐하는 유전적인 성향도 있을 것이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헤어나지 못하는 가난의 대물림에 삶의 성향까지 파멸로 달려가는 인자들을 

배에 지니고 있는 사람들. 그러나 성실하고 신실하던 꾸보가 자기를 살리려고 그렇게 애쓴 

제르베즈의 정성을  알콜중독자가 되어 비참으로 갚는 것이 너무 불쌍하였다.


한 집안의 몰락은 그 가정의 가장의 몰락과 긴밀하다.  아내이고 엄마인 그녀의 헌신은 뭐든지

다 마셔버리는 알콜중독으로 보답이 되고 아내의 옛 애인을 집안에 끌어들이고 둘이서 그녀가

아무리 일해도 다 먹고 마셔버리고 가게까지 먹어버린 가장을 둔 그녀의 불행과 아픈 생이 

그 당시 여자의 일생이었을까. 그것을 따라가고 묻혀가고 휘둘려가는  그녀의 내부에 파멸로

함께 달려가는 인자가 내재되어 있지는 않았을까. 굶지않고 매 맞지않고 살기를 소원했으나

굶고 맞고, 자기의 침대에서 죽지도 못하는 삶의 비극이 마지막에 가서는 처절히 묘사되었다. 

이런 저런 것들이 서로 도와서 철저하게 그녀를 파멸로 끌고간 그 과정의 에밀졸라의 

심리묘사가 뛰어났던 것이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목로주점이 문자 그대로 몽둥이로 한 가정과 

인간을 완전히 짐승처럼 때려잡는  역활을 해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한많은 인생을 하늘 어디에선가 독수리 같은 눈으로 굽어보시는 분이 계신다고 생각하면

환경과 자신의 성향에서 굽어진 길 왜곡된 길 나쁘고 악한 길을 만나도 어느 길로 가야할까

그래도 생각해보고 고민해보아야할 것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한 방울 한 방울 한 발 한 발

가는 걸음이 결국은 악하고 비참한 파멸의 구덩이로 인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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