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에 우연히 차 열쇠를 잃어버렸었다. 장소를 정해놓고 늘 그 자리에 두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으니 정말 귀신이 곡하는 노릇이라는 것이 이런 것인것 같았다.
불편한데도 열쇠하러 차 산 곳에 가려니 시간을 낼 틈이 없이 나날이 지나갔다.
요즈음은 왠일인지 찬 바람이 불고 날씨가 궃었다. 남극에서 얼음 바람이라도 불어오는지
찬 바람이 불고 블루마운틴에는 뜻밖의 눈도 내리는 기상이변이 있었다. 책상 앞에 앉을 때
추워서 어깨에 쇼올을 두르고 있을지언정 히터의 존재는 눈에 거슬렸다. 그래 여름의 입구이니,
책상과 벽면에 사선으로 놓여있는 히터를 이제서야 치웠다. 그런데 발견하였다.
책상과 벽 사이에 작은 틈, 맨 구석에 떨어져있는 차키를. 책상이 좀 크다. 늘 습관처럼 오른 쪽
맨 끝 상단에 지갑과 차키와 집키를 놓아두기 때문에 왼쪽 구석과 벽 사이에 왜 가서 떨어져있는지
지금도 정말 이해가 안된다. 너무 마음이 기뻤으나, 그동안 히터도 안옮기고 청소기를 설렁설렁
돌려 지금까지 못찾았다고 핀잔해도 그도 찾은 것이 좋았는지 조용하다.
잃어버린 것을, 더구나 꼭 필요한데도 잃어버린 것을 되찾는 것은 참으로 기쁘다.
지금까지 잃은 것도 잊은 것들도 너무 많은 것 같다. 더구나 이민 생활이 서울 생활 기간의 몇
갑절이 넘고보니, 그동안 서울의 친구들은 아파트를 자주 이사다니고 또 여러 이유로 소식이 끊긴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크리스마스카드나 편지도 열심히 주고 받았드나 사느라 분주하여서 오래
잊고지내다보면 어느 사이 소식이 끊겨있었다. 가끔 오래 잊어버리고 있었던 일들이 터무니 없이
튀어나오듯 기억날 때가 있다. 그 회상은 마음이 즐거우면서 서글픈 소용돌이를 함께 몰고온다.
그 기억은 즐거우나 다시 돌아오거나 찾을 수 없는 시절의 한가닥의 동영상들일 뿐이다.
물건은 이렇게 찾을 수도 있으나 지나간 그 일들은 기억으로 한 그림처럼 떠오를뿐 더 이상
실제가 되어 곁에 찾아오지 못한다.
단지 한뼘에 지나지않는 머리 속에는 아주 어둡고 공허한 우주같은 공간이 있어서 지나온
삶들의 대부분의 많은 순간들이 기억의 표면에는 절대로 떠오르지않으며 거대한 바다에
떠돌고있는 조각배처럼 표류하고 있는가보다. 자신의 그 머리 속에 지난 세월의 기억들이 ,
한이 없는 공간 속에 잠긴 것이 때론 경이로운 두려움으로 찾아온다. 표류하다 어쩌다
떠오른 한 조각의 지난 날의 기억도 잃어버린 소중한 물건을 되찾듯이 마음을 기쁘게한다.
작년에는 오랫동안 거처를 서로 알수 없게된 친구에게서 연락이 와서 몹시 기뻤던 적이 있었다.
그 친구와는 안암동에 살 때 안암천 입구에서 작은 공장을 하던 집 아이로 동네 친구로
잘 지내다 세월이 흐르고 결혼하고 두 아이가 생기고 시드니로 왔을 때 그녀는 독일로 유학을
갔다. 이제 독일에 거주하고 있는 그녀는 그녀의 페이스북 친구가 시드니에 있는 것을 보고
그녀에게 청했다고한다. 남쪽에 살고있다는 그 페이스북 친구는 며칠이나 수소문해서
북쪽 지역에 사는 나의 연락처를 알아내 그녀에게 알려주었다며 전화가 왔었다.
잃은 양 한 마리를 찾는 기쁨에 주인은 아흔 아홉 마리의 양을 두고 한 마리의 잃은 양을
찾아나선다고한다. 그것이 진정 필요하거나 간절히 그립거나한 존재이거나 관계이거나
물건이거나 찾거나 기억해낼 때의 기쁨은 신선하였다.
이년 전의 사진으로 물장난 하다 옷을 다버린 아이가 어른 런닝을 입고있는 모습이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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