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생각

내 마음의 은사시 나무

another woman 2010. 10. 2. 08:52

 

 

 

 

 

 

 

 

 

 

창 밖의 어지러운 나무를 자르고나니 그 뒤로 은사시 나무가

가깝게 닥아왔다.  겨울의 중간에 왔으니 메마른 가지가 어지러이

보여서 은사시 나무인줄 몰랐다. 그러나 봄이 가깝자 조금씩 싹이

트고,  어느 사이 하룻밤 자고나니 잎들이 창을 가득히 메웠다.

바람이 부는 날이나 햇살이 환한 날이나 그 숱한 잎들은 아우성치는

소리처럼 자신의 존재를 흔들어댄다.나뭇가지에 색갈이 아름다운

로젤라  새들이 날라온다. 비행기가 지나가고 헬리콥터가 지나간다.

구름이 나뭇가지에 걸린듯 흘러간다. 그런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고

있으면 왠일인지 마음은 적요하게 갈아앉고 평화와 안식이 찾아온다.

왠지 나를 수호하는 나무처럼 여겨진다.

내 마음의 은사시 나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쌓이고 쌓인 많은 좋고 나쁜 기억들이 다 빛나는

잎들이 되어서 마음 속에서 수많은 잎파리들처럼, 선창가에서 출항할

배를 향해 모인 수많은 사람들이 흔드는 깃발처럼,  자기들의 존재를

흔들어댈 때가 있다. 은사시 나무가 바람이 불때마다 온 잎들이

못견디게 흔들릴 때에 왠지 이렇게, 아아 살고 있구나  감동과 감사가

은사시 나무의 잎들처럼 마음을 흔들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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