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생각

나가수

another woman 2011. 6. 2. 21:11

 

 

이 곳에서는 한국 티비를 볼 수가 없으나  가끔 인터넷으로 소식을 보고

들을 수 있는데,  요즘 유명한 방송 중에 나가수라는 것이 장안에 화제인

것 같다. 나가수의 출연자들이 다 유명하다는 가수들이라서 잠시 놀랐었고

그 다음부턴 뭔가 마음이 편치않다. 다들 각자 많은 팬들이 있는가수임에도

불구하고 나가 가수라고 아우성쳐야하는, 각자 뚜렷한 개성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들을 밀치고 앞서 나가야하는 경쟁을 붙이는 프로가 석연치않다.

싸움닭들도  아닌데 한 사람의 승자가 남을 때까지 계속 단두대에 목이라도

다는듯한 긴장감 속에서 심신을 쥐어짜듯 노래하는 모습이 평화롭지가 않다.

 

누군가 얘기하듯이 어떤 시인의 시가 제일인가. 김소월이냐, 서정주냐,

문정희냐, 어떤 배우가 제일 이쁘냐 문희냐, 장미희냐, 엄정화냐, 김지미냐

하고 따지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어떤 시인의 시가 제일이라기보다 각

시인마다 가장 잘 쓴 대표작들이 있고 그것들은 비교의 대상이 아니라

각자 그대로 찬란함을 지니고있다. 여배우들도 이쁜 모습이 각자 다르게

매혹적인 것처럼. 백합이 장미가 목련들 중 어느 꽃이 가장 더 이쁘냐

경쟁할 수가 있을까. 각자의 취미와 기호에 따라 좋은 사람, 좋아하는

노래, 사랑하는 꽃들이 있을뿐이다.

 

사회가 발전할 수록 경쟁이 치열하여 유치원서부터 경쟁을 해야하는

사회. 석사들과 박사들이 백만명을 돌파했지만 여전히 고학력자의

취직율이 형편없어 취직 걱정에 연애나 결혼이나 출산 등의 당연한

인생의 길이 강건너 불처럼 먼 일이 되어가는 청년들의 몸에 배인

경쟁들이 사회전반에 가득하다. 남을 밞고 딛이며 올라서지않고는

도무지 살아남을 수 없는 사회에서 주최할 수 있는 프로이기도 하다.

서바이블게임처럼 한 게임이 끝날 때마다 한 명씩 죽어가, 종국에

한 사람의 승자가 남을 때까지 한명씩 죽는 게임은 계속된다.

동료들이 모두 죽었는데 혼자 남은 생존자는 과연 행복할까.

 

편곡한 타인의 히트곡들을 들고나와 눈물을 흘리며 불러야

살아남을 수 있는 사회구조가 때론 두려운 생각이 든다. 여러 모습의

사람들이, 새들이, 꽃들이 어우려져 서로의 아름다움을 뽐내며, 서로를

돋보이도록 받쳐주며 각자의 모습 그대로 아름답게 살 수는 없을까.

7080년대의 가수들의 몇 명을 좋아한다. 그러나 그 여러명의 히트곡들을

같은 비중으로 좋아하지 어느 한 곡을 일등으로 선택하라면 난처하다.

서로 틀린 음색에 가슴의 선을 건드리는 강도들도 틀리고 마음을

설레게하는 하는 것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트윈폴리오의 하얀 손수건과

심수봉의 백만송이 장미 중에 더 나은 것을 고르라면 난처할 뿐이다.

 

좁은 땅에 인구는 많고 어려서부터 경쟁하며 실력을 길러와 나라는

발전했다고 볼 수 있으나 그 이면의 피폐와 타락 등은 심각한 양상이다.

실력과 황금이 인생의 전부인 세상,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도달해야만하는

지점을 향하여 너도나도 기를 쓰며 달려가는 무리들의 탈진이 요즘

사회에 곳곳에 늘어가고 있는 것같다.

이 곳도 쉽지는 않지만 아직 그렇게 치열하지않다. 탈렌트라는 프로가

있다. 한국의 스타킹 같은 프로인데 아무래도 인구도 작고 경쟁이 약해

스타킹에 비하면 출연진들의 실력이나 종목들이 빈약하게 보인다. 그러나

다 멋진 일인자들을  모아놓고 어느 기준으로 정하는지 알수없는 일등을

뽑는 일은 드물다. 일등이라야만 찬사 받는 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보면

나가수 같은 프로가 사회분위기를 상징하는 것처럼 여겨진다. 연예인들의

극심한 스트레스를 포함하여 각계각층에 자살 바이러스가 왕성하게

번지고 있다는 보고처럼 왜 그렇게 자살이 많은지 알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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