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생각

키친 드링커 2

another woman 2011. 6. 30. 06:14

 

 

물론 극소수이지만 주부의 신분으로서 부엌에서 일하며 알콜을 마시는

것이 습관적으로  되어가는 사람을 키친드링커라고 일컫는다고 한다.

잔을 원샷으로 단번에 입안에 틀어넣을 때  그녀들의 마음은 석양무렵,

햇살이 사위워가며 인적이 끈긴, 버스 정류장처럼 가슴 가득 찬 적막에 쫓겨

어쩌지못하는 황급한 마음으로 그 적요가 몰고올 황폐를 단번에 물리칠

요량으로 들이키는지도 모른다. 그 동작을 하는 뒷모습이 공허하다.

 

전 호주 수상 중 가장 명망있었던 사람 중의 하나가  독수리코를 가진

호크 수상이었다. 저녁 프로에 호크 수상의 전 부인과 재혼한 부인의 얼굴을

그린 피켓이 나오고 번갈아가며 서로의 따귀를 때리는 장면이 거퍼서

몇번 나오는데 왠지 한숨이 쉬어졌다. 호크 수상은 전부인과 사이도

좋고 단란한 모습으로 사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호크가 은퇴하고

자기의 자서전을 쓰기위해 여자작가와 한동안 집필을 같이하다가

서로 연애하는 사이가 되고 급기야는 부인과 이혼하고 작가와 재혼하는

사태까지 벌어졌었다.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 몇 년되지도 않는데 호크는

치매 증상으로 입원했다가 호전되어 퇴원하면서 이들은 다시 방송에

오르내린다. 젊어 만나 연애하고 결혼하고 자식들을 낳고 기르면서

수많은 희노애락을 함께 겪은 상대를 단칼에 버리고 연인을 택한지,

얼마되지도 않아 치매라는 병에 걸리는 그 남자의 노인이 된 모습을

보면서 인생이란 참 무상하고 부질없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이 갔어도

의리와 우정은 남아있을터인데도 단칼에 배반당한, 수십년 동안 아내였던

그녀의 마음은 배반감이나 분노와 자기 경멸과 비하, 수치나 남의 시선의

두려움으로 가슴 속의 어떤 중요한 지반이 허물어내렸을 것이다.

공인으로서 평생의 살아온 삶이 물거품이 되는 경험이 당자가 아니니

실감할 수 없지만 육신의 수치와 영혼의 죽음을 경험하지 않았을까.

 

미장원에서 여성잡지를 읽게 되었다. 그 유명한 신정아가 자서전을

썼다던데 잡지에는 그녀와 모씨의 연애 사건만 집중해서 실었다.

사건이 발생했을때 그 남자 측에서의 불협화음이 들리지않아 아내가

다 감싸안았나보다 그 아내가 안스럽고도 장하게 생각되었다. 그런데

신정아는 그의 이름의 첫자 때문인지 똥아저씨라 칭하며 그들의 연애

과정 등을 소상히 기록하였다. 하다못해 속옷서부터 와이셔츠 넥타이등

자신이 고른 것만을 입고 등등. 그런 것들을 발표하여 다시 한번 세간에

입에 오르는 것은 두번 자기들과 모씨의 아내를 수치스럽고 죽이는

처사처럼 여겨진다. 자서전으로서 마치 전장에서 군인이 적군의 시체에

대고 확인사살을 하는 것처럼 자신과 상대의 가슴에 화인시켰다.

어쩌면 흔한 스켄달 중의 하나였으나 상대가 공인이라 나라가 시끄러웠다.

그러나 남의 이야기고 잊힐만한 시기에 신정아는 그의 아내에게 자기에게

달린 주홍글씨만한 수치를 다시 안겨준 셈이다. 길이 아니면 가지않겠다는

다짐이 있었다면, 가지않은 길은 더욱 아름답게 여겨짐으로 훗날 기운이

좀 진한후에 진행시키지않았던 그 사랑은 얼마나 아름답고 애잔한 모습으로

떠오를까 마음이 설레인다. 그러나  끝까지 몰고간 그 사랑은 진흙탕에

구른 모습으로 종결이 되면 한때는 진정이었을지도 모를, 사랑 자체는

투명히 빛났을지도 모를 그 사랑은 치욕의 상징 외는 아무 것도 아니게

되어버린 후 비참함만이 남게되는지도 모른다.

 

그동안 함께 동거동락한 의리거나 자식들 때문이거나 어떻게든 수습했어도

그런 일로 당한 상처는 드러내지않아도 쉽게 치유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부엌에서 가족들이 먹을 음식을 만들면서 자신의 분노나 신세타령으로

마시는 술들은 순간적인 위안이고 결국은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것이므로

바람직하지않다.

 

서로의 가슴에 남은 흔적으로 옛날과 같은 관계로 돌아가기 쉽지않은 것을

보면 사람의 속성과 한계가 서글퍼진다. 서로 만나 살면서 서로의 단점까지

사랑하면서 그 사람이 아름답게 완성시켜가는데 파트너가 한 역활을 감당

하는 모습은 낙원에서나 이루어질 수 있는 꿈인지도 모른다.

그녀가 차라리 창조주에게로 시선을 돌리고 그 분이 주는 사랑과 은혜로

마음을 치유받아 자기를 배반한 사람을 여전히 사랑할 수 있는 힘을

얻었으면 생각이 된다. 호크 수상의 두 부인들이 해학적인 얼굴로 서로의

얼굴에 펀치를 가하는 모습을 보면서 왠지 미장원에서 읽은 신정아의

가십이 떠오르고, 아아 사는 것 정말 쉬운 일이 아니구나, 한평생

별일 없이 사는 것이축복이구나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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