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생각

another woman 2011. 11. 26. 04:41

기후를 예측할 수가 없다. 그렇게 덥더니 며칠내내 비가 내리고

기온이 뚝 떨어지는데 며칠 무리를 했더니 몸살과  감기가 온다. 어제는 일어나지

못했는데 츄이가 옆에서 일어나라고 낑낑거리며 조른다.  저번에 토하고 그럴

땐 의아한듯한 눈으로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조용히 동정을 표시하여 감동을

던 작은 강아지는 빨리 일어나라고 소매를 물고 당긴다. 그 와중에 어지러운

꿈을 꾸며 자다 깨다 하는데 그가  죽을 끓였다고 내려오란다.내려가는데 츄이는

일어났다고 좋아서 꼬리를 치며 뛰어 오른다. 앞에 놓인  죽그릇에는 까맣게 타고

설익은 밥알이 검으스름한 물 속에 쌓여있다. 따스한  하얀 죽이 떠오르며 한숨이

난다. 잠간 딴 것하는 동안 타고 말았다고 변명하며 본인도 그것을 떠먹는다.

그동안 아파 누워있었어도 제대로 된 죽  한번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자주 아파도 아프면 찍 소리 안하고 들어누워있다가, 아무도 돌보아주지 않아도

조용히 일어나는데 반해 그는 어쩌다 아프지만 심한 수술을 하지않으면 오래

고생을 하여 나를 바짝 긴장시켜 아무래도 신경을 써서 돌보게 됨으로

어딘가 모르게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아침부터 여러가지 찬을 만들고 빵을 굽고 부엌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일을 하니 그도 츄이도 좋아한다. 집안의 분위기를 활기있게 만드는데 

비중이 큰 자신을 새삼 발견하며 제대로 된 죽을 못만드는 그에게 짜증을 내기보다

자주 드러눕는 자신을 반성해야 하지않나 비로소 생각이 난다.

그러나 늘 뭔가 만들고 상을 차리고 과일을 깍고 수십년을 해오는데

몸이 불편할 때 따스하고  정성이 느껴지는 한그릇의 흰죽을 기대하는

것이 잘못일까. 그의 마음이 들어가지않은 죽은 까맣고 설익었다.

항상 곁에 있어 귀한줄 모르고 꼭 나를 향한 마음같이 여겨지니 기분이

좋을리가 없었다. 그 덩돌한  성격으로 끓여서 차려준 것 만으로도

다행이니 만족하라나, 누군가가 충고한다. 내 생각도 무리는 아니지만

또 그 말도 옳은가. 다들 자기 중심으로 생각을 하고 감정이 일어나는

것이 문제가 된다. 자기가 핵이 되어 주위가 돌아가는듯, 평소 자신은

그렇지않다고 여긴 것이 얼마만한 오해였음을 보여주면서 여전히

제자리를 맴도는 모습.^^

 

 

비.

 

밤새

온종일

열흘내내 비가 내립니다.

외출을 금하고 방안에 칩거하기 수일

왠지 깊은 바다 속에 앉아있는듯 합니다.

물고기들은 수초나 암석 사이로 몸을 감추어 정적에 빠진 주위를

때때로 부는 강풍에 나무들은 파도에 휩쓸리는 수초들처럼

이리저리 흔들립니다. 마음이 덩달아 흔들립니다.

추적추적한 비에 수인처럼 갇혀 몸

그 몸 속에 갇힌 마음은 세상이 좁다고 이리저리 흔들립니다.

 

나름 세월을 지나와

나름 무엇에도 흔들리지않는 그 무엇인가 가슴 중앙에

평원에 세워진 거대한 고대의 고인돌처럼 버티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온종일 퍼붓는 비처럼,

지금까지의 생에 퍼부은 비는

빗물이 고여서 냇물을 이루고 평원을 흘러흘러서가며

굳건한 고인돌을 흔들고 갑니다.

강풍에 흔들리는 나무들처럼

파도에 흔들리는 수초들처럼

 

파도는 밀렸다가 다시 옵니다.

바람은 그쳤다가 잔잔해졌다가 강풍이 되기도 합니다.

비는 멈추었다가 다시 옵니다.

방안에 앉아 창 밖으로 위력을 자랑하는 태풍이나

잔잔하게 불어 나뭇잎을 살랑이는 바람을 바라봅니다.

앞의 나무들이 보이지않을 정도로 비가 퍼붓다가

또 소슬히 내리는 것을 바라봅니다.

평원에 있는 고인돌이 흔들린다해도 

가슴 구석에 비나 바람이 닫지않는,

막다른 골목에 이르러야 피난을 가는, 

감사로 이루어진 무풍지대가 있는 것을 바라봅니다.

스스도 그 곳에 아무 힘을 발휘해볼 수 없는,

무엇으로도 건드릴 수 없는 그  무풍지대는

그 분의 영역입니다.

 

아마

내일이면  비는 그칠것인데

왜 이 순간이

이 비가  영원할 것처럼 여겨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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