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댁에서 돌아오는 길, M2에 들어서 오분정도 달리는데 하늘이 뿌옇고
탄 연기 냄새가 차 안으로 흘러들어온다. 한 이틀 몹시 뜨거웠는데
벌써 구링가이나 레인코브숲인지 모르지만 불이 난모양이다.
사진은 지난 달 어딘가 가다가 부쉬 하이어의 심란한 모습을 그대로 인,
지역을 지나가게 되어 찍게되었다.
작년에 난 산불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검게 탄 잡목숲길을 한참을 달려서야
비로서 끝났습니다. 지난 겨울의 이슬과 비와 구름과 바람과 햇빛에도 회복되지 못한
숲을 바라보며 사람도 자연의 일부이기는 하지만 왠지 사람들이나 자연이나 닮은꼴
인것 같습니다. 이 곳의 산불은 방화도 있지만 대부분은 건조하고 뜨거운 기후에
버싹 마른 잡목들이 어떤 조건이 이루어지면 저절로 불이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방화범은 자연이랄까요. 이렇게 난 불은 조금 타오르다가 저절로 꺼지지만, 간혹
무엇엔가 힘을 입어 큰 산불로 확장되는 일이 여름에는 많이 일어납니다.
검게 탄 숲길을 달리다보면 마음이 스산해집니다. 깡그리 타버린 파괴의 흔적,
생명의 기운이 사라져버리고 오직 잔해만 스산하게 남은 숲 속,
자연은 침묵하고 기다립니다. 그 잔혹한 불길이 지나간 자리에 다시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고 해가 따스한 손길로 어루만져 줍니다. 어느 기간의 세월이
소요되고나면 검은 표피의 땅 속에서 다시 생명들이 스물거리며 살그머니
연두의 싹으로 솟아오릅니다. 조금씩 자라면서 초록이 물들다가 지난 해에
타버린 숲의 시체들을 비료로 삼아 초록을 진하게 더해가면서 숲은 다시
살아나기 시작합니다. 봄이 오고 여름이 깊어가면서 숲은 예전보다 더욱
생생한 초록들을 집합합니다. 현대사회는 문명이 발달할 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하다못해 다 각각 특징이 있는 가수들조차도 나가수라고
절규하며 가슴조리고 아우성치며 순위를 정하는 시대입니다. 시험 성적으로
인생이 결정되기 때문에 중학생들도 자살을 합니다. 수많은 경쟁으로
누구라도 한시도 마음편하게 살지못하는 이 시대에 숲이 타들어가 검은
폐허가 되는 것처럼 지금 사회는 깊고 어둡게 병들어 가고 있는 면이
보입니다. 그 사회에 몸담고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도 그 병의 손아귀를 피해가지
못합니다. 온갖 부조리와 강팍 속에서 깨어지는 많은 관계들, 헤체되고
스스로 등을 돌리며 고립되는 관계들에서 기본적으로 따스해야할 마음과
가슴은 이렇게 검게 탄 잡목숲의 모습과 흡사합니다.
그러나 폐허가 된 숲이 자연의 자비함으로 땅 속에 숨어있는 아름다운
생명들을 다시 길러주듯이 우리들의 삭막한 관계에도 그 분이 부어주시는
은혜가 있습니다. 서로 참아주고 기다려주며 자비와 은혜로서 검게 타버린
관계의 숲이 다시 연두의 싹이나고 알맞는 비와 햇빛으로서 초록을 짙게해가는
아름다운 소생의 봄이 다시 찾아올 것입니다.
그 분이 보시기에 좋았던 그런 자연과 우리들의 모습을 다시 찾으려면
얼마만한 갈등과 세월이 앞으로 더 필요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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