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 가난한 연인들이 함께 했던 마지막 식사입니다. 편의점에서 사서
뜨거운 물을 붓고 눈 나리는 저녁이 좋아서 밖으로 들고 나왔습니다. 그릇을 손으로
감싸고 그 온기로 추위를 녹이며 둘이서 라면을 후루룩 후루룩 먹고 그릇을 나무 밑에
놓았습니다. 제식처럼 엄숙한 마음으로 여왕이 신전에 귀한 제기를 바치듯이 나무 밑에 나란히
놓았습니다. 그와 그녀가 함께 한 마지막 성찬의 모습을 나무가 기억해주길 원했습니다.
추위로 발가벗은 나무라 저도 추울 것이지만 이별을 앞두고 두 연인이 가지런히 마음을
모았던 것을 기억한 나무가 봄이 되면 이루지못한 그들의 마음의 소원을 흐드러지는
꽃으로 피워내워주길 소망하면서 나무의 몸을 쓰담었습니다. 펄펄 눈이 내렸습니다.
차곡 차곡 눈이 쌓였습니다. 소녀가 마음의 소원을 빌며 나무 주위를 맴도는 발밑에서
눈들은 맑은 낯으로 뽀드득 뽀드득 말을 걸어왔습니다. 그러나 둘은 태고의 침묵처럼 무거운
가슴으로 서로 먼저 떠나가길 바라지만 아무도 먼저 등을 보이며 떠나지 못했습니다.
우리 가기 전에 한 가지를 하자. 그가 말했습니다.
그가 눈을 뭉쳤습니다. 그녀가 눈을 뭉쳤습니다. 그가 눈을 굴렸습니다.
그녀가 눈을 굴렸습니다. 이건 나야. 이건 너고. 이건 우리 아가야.
그가 눈과 코와 입을 만들며 말했습니다. 자신의 입에는 잎사귀가 달린
담배 한 가치도 물렸습니다. 오늘 우리들의 아기는 하늘 나라로 갔지만
우리들의 마음 속에 우리는 이렇게 한 가족이야.
가족은 마음 속에서도 살아가거든.
너무 추운 저녁 뉴스에서 삼십 대의 여자가 자신의 거처에서 백골이 되어
발견되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녀가 눈을 감고 마지막 숨을 내쉬기 전에
이런 기억이라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으면 생각하며 조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