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개 짖는 소리에 잠이 깨었습니다. 창 밖으로 나뭇잎 사이에 걸린 둥근 달이 참 밝더군요.
요즈음은 한 번 잠이 깨면 쉽사리 다시 잠들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머리 속이 유리창이라도 된 듯이
한쪽에서부터 눈에 뛸듯말듯한 성애가 끼는것처럼 차거워 집니다. 포슴이 찾아왔는지 츄이는
계속 짓습니다. 나가보니 나뭇가지 위에 포슴은 견주듯이 꼼짝도 않고 엎드려있고 츄이는 포슴을
바라보며 앙칼지게 짓어댑니다. 포슴은 기회를 노리며 잽싸게 작은 자갈만큼 자란 토마토나
아기 엄지손가락 만큼 자란 고추나 활짝 피어서 기쁨을 주는 청보라빛 도라지 꽃잎들을
따먹고 갑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하다못해 고춧잎이라도 뜯어먹은 흔적을 보고 그래 나누어
먹어야지 그래 너도 먹고 살아라. 살아가라.
잠 못이루는 밤에 시간은 더욱 빠르게 흘러갑니다. 몇 번 뒤척이며 밤새의 우는 소리를 듣습니다.
왠일인지 같은 새소리라도 화창하고 밝은 대낮에 들으면 새가 노래하는 것 같은데 밤에 들리는
새소리는 우는 소리로 들립니다. 아. 새조차도 사연이 있어 이런 밤에 울고 있구나, 기차가
잠시 잠시 정차하는 간이역처럼 생각은 이리저리 한 곳에서 잠시잠시 머물다가 떠나갑니다.
그러다가 어느새 또 잠이 들었는지 깨어나고있는 자신을 봅니다.
몇 번을 자다깨다 떠오르는 옛기억들과 뒤척여도 창 밖의 달은 아직도 밝기만하군요.